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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5 18:37 수정 : 2014.07.26 13:56

미국 드라마 <타이런트>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타이런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보는 드라마로 잘 알려진 <홈랜드>는 이라크 포로였다가 귀환한 병사가 첩자로 의심받는 상황을 통해 9·11 이후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를 반영한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원작이 이스라엘 드라마라는 점이다. 원작은 레바논전 포로로 잡혀 있다가 생환된 이스라엘 군인들의 이야기였다. 각각의 배경은 달라도, 두 작품에는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감대가 가로놓여 있다.

두 작품에서 연이어 극본을 담당한 이스라엘 작가 기드온 라프가 <홈랜드>의 총괄제작자 하워드 고든과 다시 한번 손잡고 내놓은 신작이 <타이런트>다. 미국의 케이블채널 <에프엑스 네트워크>에서 지난달부터 방영하기 시작한 이 드라마는 중동의 한 가상 국가 아부딘을 배경으로, 그곳을 무력으로 지배하는 독재자 일가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이 이스라엘 출신 작가와 배우들을 기용해 이스라엘에서 촬영한 중동 이야기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작품이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소아과 의사 배리(애덤 레이너)다. 겉보기에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지식인인 그는 사실 중동의 악명 높은 독재자 칼리드 알 파이드(나세르 파리스)의 차남이자 2순위 후계자 바삼 알 파이드였다. 청년 시절, 전제군주와도 같은 아버지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것이다. 조카의 결혼식 때문에 20년 만에 고국을 찾은 그는 부친의 급작스러운 사망과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발이 묶이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차기 대통령에 오른 형 자말(아슈라프 바롬)의 광기는 바삼을 한층 깊은 갈등에 빠뜨린다.

극 초반의 가장 큰 긴장감은, 국민을 착취하며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리는 알 파이드 일가의 독재정권과 ‘아랍의 봄’을 연상시키는 아부딘 민중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 사이에서 형성된다. 그 중간에서 자말을 설득해 개혁을 이끌어내려는 바삼의 지도자로서의 잠재력이나 아부딘에 제2의 관타나모 기지를 설치하기 위해 폭력정권을 방조하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비판적 묘사 등은 편향적이지 않은 정치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그러나 정작 바삼의 모델이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이 작품에 대한 또다른 해석을 요구한다. 바삼처럼 서구의 교육을 받고 고국에 돌아온 아사드는 취임 당시 그의 아버지보다 개혁적인 지도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내전과 학살을 통해 잔혹한 독재자로 거듭난 인물이다. <타이런트>는 첫 회에서 바삼의 어린 시절이 실은 폭력적인 아버지 쪽에 더 가까웠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그의 미래를 암시한 바 있다.

요컨대 중동 독재자의 탄생이 악한 본성의 필연적 결과처럼 묘사되는 이 지점이 소위 ‘악의 축’을 바라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모의식을 은연중 드러내는 지점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두 국가는 가자지구 공습과 그에 대한 방관으로 나란히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드라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감상이 궁금한 것도 그 때문이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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