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6.27 18:54 수정 : 2014.06.27 20:23

미국 드라마 <페니 드레드풀>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페니 드레드풀>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프랑켄슈타인, 도리언 그레이, 뱀파이어 등 낯익은 고딕 캐릭터들이 협연을 펼치는 드라마 <페니 드레드풀>은 흔히 ‘티브이판 <젠틀맨 리그>’라 불린다. 영화 <젠틀맨 리그> 역시 같은 시공간을 배경 삼아, 도리언 그레이를 비롯해 투명인간, 지킬과 하이드 등 유명 고딕소설 캐릭터를 총출동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젠틀맨 리그>가 ‘빅토리아 시대의 <어벤져스>’ 같은 슈퍼히어로물이었던 것과 달리 <페니 드레드풀>은 고딕 장르의 쾌감에 충실한 작품이다. <젠틀맨 리그>처럼 외부의 악과 대결하는 과정에서의 다채로운 액션보다,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공포와 성적 긴장감으로 충만한 고딕적 분위기가 <페니 드레드풀>의 매력이다.

주요 내용은 왕립지리학회 회원이자 명망 높은 탐험가인 맬컴 머리(티머시 돌턴)가 괴존재에게 납치당한 딸을 찾기 위해 능력자들을 모아 그 흔적을 뒤쫓는 이야기다. 맬컴을 중심으로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버네사 아이브즈(에바 그린), 미국에서 온 명사수 이선 챈들러(조시 하트넷), 천재적인 해부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해리 트레더웨이) 등이 모여 어둠의 실체를 밝히려 한다.

개요만 보면 괴물을 추적하는 모험극 같지만, 갈수록 두드러지는 것은 공포의 근원으로서의 내면 탐험이다. “다들 나름의 저주가 있다”던 버네사의 말대로 인물들은 저마다 어두운 비밀을 감추고 있다. 그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그 비밀과 관련된 “죄책감”이며, 그것은 종종 괴물의 형상을 하고 찾아와 그들과 마주 선다. 즉, 외부의 악보다 공포스러운 자신의 심연과 싸우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고통은 시대의 폭력과 연결되어 있어 더 흥미롭다. 빅토리아 시대는 제국주의, 산업자본주의, 가부장제라는 3대 이데올로기가 군림하던 때였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밀려난 브로너 크로프트(빌리 파이퍼)의 폐결핵, 성적 본능을 억압당한 버네사의 분열 증세, 탐험이라는 명목 아래 원주민들을 살육했던 맬컴이 말년에 겪는 고통 등은 모두 그 지배이데올로기 폭력의 부산물이다.

<페니 드레드풀>의 고딕 미학은 이처럼 주류사회의 억압이 유령으로 되돌아오는 장르의 핵심을 잘 녹여낸 이야기에서 빛난다. 형식미도 뒤지지 않는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의 사연을 풀어낼 때는 메리 셸리의 원전처럼 다중 시점과 액자 구조를 이용하고, 버네사 시점의 이야기는 여성적 양식인 서간체 스타일을 활용하는 등 고딕 장르의 다양한 형식을 시도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화려한 배우진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특히 선과 악을 넘나드는 에바 그린의 광기 어린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아메리칸 뷰티> 샘 멘데스 감독이 제작하고, <007 스카이폴>에서 그와 협업했던 작가이자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만 세 차례나 올랐던 존 로건이 극본을 맡은 점도 신뢰를 준다. 미국 <쇼타임> 채널의 신작이며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