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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7 17:28 수정 : 2019.03.17 18:43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대선 주자들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 다수가 그린 뉴딜을 열심히 지지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도 줄인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를 성취하기 위한 정책들과,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관해 여러 말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현대화폐이론을 비용 조달 방법으로 가져오면 안 된다. 현대화폐이론은 화폐를 찍어내는 정부는 세금 수입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본다. 좌파 일각에서는 그린 뉴딜을 위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수십억달러를 지급하거나 철강 공급 업체에 돈을 준다면 누가 거절하겠는가? 돈을 받으면 그저 좋아한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실업과 공장 가동 중단을 유발하는 과잉 설비가 심각할 때 돈을 더 찍어내면 이런 문제가 다소 해결된다. 이는 미국·유로존·일본이 금융위기로부터 회복되는 시기에 잘 입증됐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한 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고심한다. 이 세 지역에서 막대한 화폐 발행은 인플레이션에 기껏해야 완만한 영향을 끼쳤다.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릴 것이라는 보수적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 때 경제를 부양하려고 돈을 찍어낸 것은 온당하지만, 지금 증세 또는 다른 분야의 지출 감소 없이 막대한 돈을 그린 뉴딜에 퍼붓는 것은 그렇지 않다. 미국 실업률은 금융위기 전보다 낮은 4.0%다. 노동시장에도 여러 침체된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노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뛰어넘는 임금 인상을 누릴 정도로 공급 사정이 빡빡하다. 지난해 시간당 평균임금은 3.2% 뛰었다. 2017년에는 2.8% 올랐고, 그 전에는 2.4% 올랐다. 수백만명이 새 일자리를 얻고 대다수 노동자들이 성장의 열매를 나누게 됐다는 점에서 좋은 뉴스다.

하지만 이는 ‘그냥 돈을 찍자’는 시기가 끝나감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인 2000억달러(약 227조원)를 더 지출해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건물을 보수하고, 전기자동차를 만든다면 노동력 수요가 늘어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약간 빠른 임금 상승은 좋지만, 이런 식으로 노동력 수요가 는다면 임금 상승률을 4%, 심지어 5%까지 빠르게 올릴 것이다. 기업의 이익 확대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겠지만, 더 빠른 임금 상승은 금방 가격에 전가된다.

그러면 보수적 경제학자들이 항상 주장하는 대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어디까지 갈지는 돈을 얼마나 찍어내느냐에 달리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가격이 급하게 치솟을수록 노동자들은 임금 추가 상승을 요구하고, 그게 또 가격을 상승시키는 순차적 과정이다. 미국은 1970년대 이래 인플레이션으로 큰 문제를 겪지는 않았기에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가속화될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세계는 매우 달라졌다. 미국은 훨씬 개방적인 경제가 됐고, 노동조합들은 매우 약해졌다.

그렇지만 경제학의 표준 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임금이 경쟁적으로 상승하면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노동자들은 생활수준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하게 된다.

현대화폐이론은 이를 피할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경기 하강기에는 재정적자를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완전고용에 근접한 상황에서도 돈을 찍어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자금 조달 방법을 대지 않으면서 그린 뉴딜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비난할 필요는 없다.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40년간 적자를 어떻게 메울지도 얘기하지 않고 대규모 감세를 주장하며 선거에서 당선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그린 뉴딜에 관한 약속을 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은 나중에 찾으려 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돈을 찍어내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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