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3.10 18:50 수정 : 2019.03.10 19:15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하노이에서 진행된 북-미 간 세기의 담판이 깨졌다. 축하 케이크는 사라지고 케이크를 자르는 칼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누구 탓일까. 트럼프는 김정은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트럼프는 준비가 된 것일까. 만일 트럼프가 준비되었다면 미국 조야는 준비가 된 것일까.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내민 빅딜 청구서에 생화학 무기까지 첨가하였다고 한다. 과연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한 것일까.

하노이 정상회담 뒤 트럼프는 회담 실패를 코언 청문회에 돌리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실망스럽다고 하면서 1년 뒤에 알게 될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도 했다. 하노이에서 트럼프의 결단에 미친 결정적 요소는 단기적으로는 코언 청문회이고 중기적으로는 내년 대선 정국까지 북핵 문제를 끌고 가야 하는 필요성이었을까. 장기적 시각에서 미국의 전략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까.

솔직히 그동안 트럼프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게 된 것은 트럼프가 전임들과 달리 실용적 비즈니스맨이기에 북핵 문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의 종전선언 논란과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빅딜’은 그 믿음에 의문표를 달아준다.

종전선언의 경우, 실제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가장 걱정스러워했던 것이 ‘주한미군’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동맹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하고 손익계산 끝에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거대한 체스판>에서 미국의 한반도에서의 철군은 “일본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존재가 종식하는 상징으로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키신저 역시 한반도 긴장정세가 크게 완화되면 미군의 존재는 한국 여야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일본에서의 미군 군사기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한걸음 더 나아가서 “아시아의 미래는 많은 경우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의 거취에 달렸다”고까지 했다.

결국 미국의 많은 동맹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선언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을 심히 우려한 것은 다분히 전략적 접근의 성격이 짙은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여파로 주일미군 문제가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미래상은 작금의 어느 정부도 막을 수 있다고 담보하지 못할 것이다. 결국 미국의 냉전 전략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트럼프가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것은 미국이 종당에는 동아시아 전략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용납할 만한 공간이 있다”고 미국과 협력의 길로 나아갈 것임을 밝혔다. 실제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비즈니스맨 트럼프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중국을 옥죄던 오바마나 힐러리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다. 그렇지만 중국이 미국에 협조해 사상 초유의 대북제재를 실시하여 ‘효력’을 보게 되자 그 뒤를 이은 것은 사상 초유의 중-미 무역전쟁이었다. ‘아시아 회귀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탈바꿈하고 이제 남중국해 문제, 대만 문제, 티베트 문제, 신장 문제, 인권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들이 하나둘 등장할 태세다. 설혹 트럼프가 ‘실용적’으로, ‘상업적’으로 중국을 상대한다고 해도 미국의 조야와 전략가들이 한결같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국으로 상대한다면 그 미국이 여전히 트럼프의 미국일까. 내년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된다면 더더욱 트럼프의 미국이 아닐 것이다. 그런 미국이면 한반도는 안녕할까.

결국 하노이에서 존 볼턴이 등장하면서 케이크는 사라졌다. 큰 틀에서 볼턴을 움직인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의 대동아시아 전략이다. 앞으로의 북핵 프로세스가 험난할 수밖에 없는 징조일 수 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