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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06 18:41 수정 : 2019.01.07 14:19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문화대혁명을 끝낸 1978년 중국은 출국 시찰로 부글부글 끓었다. 그중 구무 국무원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시찰단은 무려 한달이 넘게 프랑스, 스위스, 서독 등 서구 나라들을 시찰했다. 대약진 운동부터 문화대혁명까지 근 20년 동안 서방 나라들과 담 쌓았던 중국인들은 그사이 고속 성장한 미국, 일본, 유럽을 보며 큰 쇼크에 빠졌다. 통절한 반성이 이어졌다. 그해 9월 방북한 덩샤오핑은 김일성에게 “바깥에 나가서 볼수록 우리가 낙후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중국 개혁·개방 40년 가운데 초기 10년 동안 덩샤오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이 예외없이 모두 북한을 찾았고 김일성의 중국 방문도 거의 해마다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천안문 사건과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소련 해체를 겪으면서 중국과 북한은 그 후 30년 동안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중국은 본격적인 개혁·개방에 들어섰고 북한은 핵 개발의 길을 걸었다.

30년 사이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 그렇지만 북한은 ‘고난의 행군’까지 겪으며 경제가 줄창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국이 겪어왔던 ‘3년 자연재해’, 문화대혁명과 흡사했다. 30년 동안 핵개발에 주력했다가 처절한 대가를 치렀고 지금도 치르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 노선이라는 역사적인 선택을 했다. 개혁·개방을 선언한 중국의 11기 3중전회에 버금가는 결단이었다. 마침 세계는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섰다. 40년 전 방북한 덩샤오핑은 김일성에게 1960년대 현대화가 다르고 70년대 현대화가 다르다며 “반드시 국제적인 선진 기술을 우리 현대화의 출발점으로 하여야 한다”고 했다. 지금의 북한식 표현대로라면 ‘도약식 발전’일 것이다. 삐삐나 구형 핸드폰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3G 스마트폰 시대에 합류한 북한은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 등 핵심 기초기술과 새 재료기술, 새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첨단 돌파전을 벌인다고 한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고 세계 변화의 흐름을 탄다면 향후 30년 동안 폭발적 발전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혁·개방 초기 중국과 달리 북한은 지난 30년의 결실인 북핵에 발목이 잡혀 있다. 지난 한해 북한은 나름대로 비핵화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는 북한이 기만술을 통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북한도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현실에서 미국은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 그 ‘새로운 길’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까. 북핵은 북한의 안보와 체제를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경제발전 노선이 성공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 핵이 ‘계륵’이 되어 북한을 도로 3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도 있다.

30년 전 천안문 사건을 겪으면서 중국은 내적인 정치 압력과 외적인 제재 압박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로 중국은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갔다. 그 선택이 없었다면 오늘의 중국이 없었을 것이다.

북한도 지금 두 ‘새로운 길’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지난해 선포한 ‘새로운 경제발전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부득불 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길’일 수 있다. 어느 쪽이건 향후 30년 북한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향후 30년은 인류 사회에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도래하는 시대라고 한다. 그때 어떤 나라로 거듭나는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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