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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29 20:32 수정 : 2018.07.29 23:10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해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행정부 내부의 침착한 참모들이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설득해야 했다. 그는 최근 이란에 대한 위협을 고조시켰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분명히 이란의 정권교체를 옹호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들과 만난 뒤에는 몬테네그로의 “매우 공격적인 사람들”이 제3차 세계대전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호전적인 지도자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트럼프는 북한과의 전쟁을 거론하며 “화염과 분노”를 퍼부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트럼프는 북한과의 데탕트 및 비핵화에 노력하고 있다. 자신이 대북 협상 속도에 실망했다는 언론 보도도 반박한다. 그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를 시작한 북한에 대해 환영한다는 트위터 글도 올렸다.

북한은 일부 관측통이 희망하는 수준만큼 신속하게 비핵화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를 줄이기 위한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추가 핵무기 제조를 위해 고농축우라늄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핵무기 관련 장소 목록이나 핵무기 보유량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북한은 긴장 완화에 대해선 진지하다는 여러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미사일과 핵실험 유예를 유지하고 있고,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풍계리 핵실험장도 파괴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 중 어떤 것도 불가역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이란 핵협정 사례처럼 합의를 저버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불가역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일 것이다.

미국은 아직 어떤 상호적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여름에 예정된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했지만, 경제제재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의 유연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석유 수입 제재 위반을 지적하며 유엔에 더 엄격한 제재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를 강화하라는 압박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 부처 합동으로 기업 및 개인들이 북한과 경제 교류를 할 때 받을 수 있는 처벌을 환기하는 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은 미국 코트에 있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싱가포르에서 김정은과 타결한 합의를 진전시키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미국 정부는 엄격한 제재 틀을 유지하면서도 제재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개성공단이나 남북 관광 활동과 같은 공동 경제 프로그램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제재 예외를 모색하고 있다.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성사에 큰 기여를 한 문재인 정부는 제재 문제와 관련해 양쪽으로부터 압박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의 유연함을 이끌어내기를 원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더 많은 성과를 낼 때까지 동맹인 한국이 확고한 대북 제재를 고수하기를 원한다. 한국으로선 난처하다.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남북한이 공식적으로 한국전쟁을 끝내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것에 전통적으로 상당한 저항을 해왔다.

이것들은 극복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극복을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가 앉아 논의해야 한다. 북한은 한국전쟁 때 숨진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예정됐던 이달 중순 회담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방식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달 3차 평양 방문에서 비타협적인 요구들만 했다. 이런 방식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이라는 과감한 조처로 외교정책 엘리트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협상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선 트럼프가 또 다른 과감한 조처를 취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이 요청한 대북 제재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그런 조처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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