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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4 18:47 수정 : 2018.02.04 19:04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내가 어릴 때 ‘미스터 마구’라는 만화 캐릭터가 있었다. 그는 다정한 노인인데 거의 눈이 보이지 않았다. 소파와 얘기한다거나 들어올려진 도개교로 돌진하는 등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도개교 밑으로 지나가는 배가 자동차를 반대편 강가로 안착시켜주는 등, 항상 자신도 모르는 우연으로 참사를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애롭지 못한 버전의 미스터 마구다. 도발적 언사나 비열한 정책을 보면, 그의 시대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알 단서가 도통 없다. 어떤 방법으로도 그의 많은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취임식을 예로 들어보자. 참석자가 적은 것은 날씨가 안 좋았기 때문일 수 있고, 열성적 노동자 지지층이 워싱턴까지 올 여비가 없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역대 최대 취임식 군중이었다며 괴상한 주장을 했다. 마구 같은 행동은 경제에 대한 주장으로도 이어진다. 그는 미국 경제가 선회한 지 몇년 됐는데도 낮은 실업률, 강력한 일자리 확대, 견조한 국내총생산(GDP) 성장세를 자랑한다.

사실 버락 오바마 시절부터 대부분의 척도가 이런 추세를 보였다. 일자리는 2017년에 월평균 17만1천개가 만들어졌다. 2016년 18만7천개, 2015년 22만6천개에서 줄었다. 실업률은 2016년 말 4.7%에서 2017년 말 4.1%로 떨어졌다. 실업률은 2010년 11월 9.8%를 기록한 이후 대략 1년에 0.8%씩 하락했다. 따라서 2017년의 하락은 단순히 추세를 잇는 것뿐이다.

실질임금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시간당 0.4% 올라 상승률이 무뎌졌다. 2016년 0.8%, 2015년 1.8% 상승과 비교된다.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탓이다. 세계 에너지 가격 인상은 트럼프의 실책은 아니나, 실질임금에 관해 그가 점수를 딸 것도 없다.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16년 1.8%, 2015년 2.0%에 비해 지난해 2.6%로 완만하게 높아졌다. 2015년 0.3%, 2016년 0.7%였던 비주거용 투자 증가율이 2017년 6.3%로 뛴 게 주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캠페인에 대한 투자라고 자랑하고 싶겠지만, 거의 전적으로 석유와 가스 채굴에 대한 지출 때문이다. 즉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에너지 부문을 빼면 2017년 투자 성장률은 그 이전 3년과 비슷하다.

감세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러나 약속한 투자 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월 자본재 신규 주문은 전달보다 0.1% 줄었다. 기업들이 감세에 반응한다면, 감세안이 통과될 것이 명확해지자마자 실행할 준비를 갖춘 계획들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트럼프의 강경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무역적자는 2017년에 500억달러가 늘어 5710억 달러가 됐다. 요컨대, 트럼프 취임 이후 경제를 뚜렷하게 부양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경제는 적어도 지난 45년간의 기준들로 보면 아주 좋아 보인다. 2000년을 제외하고는 실업률이 1970년대 초 이후 이렇게 낮은 적이 없다. 실질임금은 지난 3년간 올랐다. 1990년대 말을 제외하고는 유일하다. 가장 큰 혜택은 임금 사다리의 밑에 있는 사람들이 받았다. 지난 3년간 노동자 수입 중간값은 5.3% 올랐다. 하위 25%에 해당하는 노동자 수입은 7.1% 올랐다.

더 빡빡해진 노동시장 때문에 기업들이 노동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그 이전 5년간 1%를 밑돈 생산성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에 연율 기준 3% 이상이었다. 급속한 생산성 향상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를 판단하려면 데이터가 더 필요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큰 의미가 있다. 더 가파른 임금 상승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틀림없이 자신의 위대한 경제에 대해 자랑을 계속할 것이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아 보인다는 그의 말은 맞으나, 이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공이지 백악관의 미스터 마구 때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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