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인종적으로 동질적이고 이미 분단돼 있는 한반도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편화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영국의 탈퇴를 놓고 협상 중이고, 스페인은 카탈루냐의 분리에 직면해 있다. 중동에서는 예멘의 와해와 리비아의 내전, 계속되는 시리아의 균열, 이라크로부터 쿠르드족의 독립선언 등을 목도하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은 나이지리아와 브라질의 영토적 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북한은 해체로 향하는 흐름에 저항하고 싶어한다. 내일 당장 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남북한도 다른 나라들을 분리시키고 있는 것과 똑같은 위협적인 힘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경제적 세계화의 영향을 생각해보자. 전세계적으로 자본 흐름의 장벽을 제거해 부의 집중이 가능해지면서 각 사회들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유럽연합 내 긴장은 부의 양극화로 악화됐다. 부유한 카탈루냐 사람들은 스페인의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원하지 않는다. 똑같은 경제적 세계화의 동력이 남북한의 격차를 확대시켰다. 1970년대 초, 남북은 경제생산이 엇비슷했다. 그러나 남한은 1970년대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선택하면서 도약했다. 오늘날 남한 경제 규모는 북한의 약 83배에 이른다. 이러한 엄청난 경제 성과의 차이는 남북 간의 유대감도 감소시켰다. 현재 남한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지지는 매우 높지만, 통일 촉진을 위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지지가 낮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그렇다. 두번째로, 기술과 관련된 쟁점이 있다. 인터넷은 전자우편이나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스엔에스) 플랫폼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도 연결시켜줬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집단을 향해 끌리면서 자신의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나 협력에 대한 관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 선거는 국내외 행위자들에 의해 조작된 에스엔에스가 어떻게 유권자를 양극화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일조했는지를 보여줬다. 한반도에서도 ‘기술 분단’은 극명하다. 북한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발달시켰고 자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생산했지만, 평균적인 일반인은 인터넷이나 세계적인 에스엔에스 플랫폼에 접근할 수 없다.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가장 잘 연결된 국가 중 하나인 남한과 비교해보라. 남북은 점점 더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 사이에 정치적 분단이 있다. 남북은 경제적으로 동등한 수준이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라는 독재자들이 지배하는 비슷한 정치체제였다. 그런데 북한의 정치체제는 1970년대 이후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남한은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활동하는 활발한 민주주의 체제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여러 국민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카탈루냐와 쿠르드족들의 국민투표, 아랍의 봄 등은 대중들의 자주권의 표현으로, 궁극적으로 단일국가의 생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한은 어떤 분리운동에도 직면해 있지 않다. 북한도 어떠한 대중 봉기에 직면해 있지 않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인 남한에서 통일은 대중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됐다. 북한 역시 갑자기 민주주의 국가가 되더라도 지난 70여년의 경험을 고려할 때 북한 사람들은 통일의 조건에 대해 매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도 남북을 더 멀리 밀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경제적 세계화, 통신기술, 민주화 등 세가지 힘들이 국민국가들이나 유럽연합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과 똑같이 남북한을 분리시키고 있다. 다만, 이 힘들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오랫동안 존재하던 구조물을 파괴하고 있는 데 비해, 한반도에선 분단의 현상 유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칼럼 |
[세계의 창] 한반도와 분단의 지정학 /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인종적으로 동질적이고 이미 분단돼 있는 한반도는 오늘날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편화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영국의 탈퇴를 놓고 협상 중이고, 스페인은 카탈루냐의 분리에 직면해 있다. 중동에서는 예멘의 와해와 리비아의 내전, 계속되는 시리아의 균열, 이라크로부터 쿠르드족의 독립선언 등을 목도하고 있다. 분리주의 운동은 나이지리아와 브라질의 영토적 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북한은 해체로 향하는 흐름에 저항하고 싶어한다. 내일 당장 통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언젠가는 통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남북한도 다른 나라들을 분리시키고 있는 것과 똑같은 위협적인 힘들에 직면해 있다. 우선, 경제적 세계화의 영향을 생각해보자. 전세계적으로 자본 흐름의 장벽을 제거해 부의 집중이 가능해지면서 각 사회들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유럽연합 내 긴장은 부의 양극화로 악화됐다. 부유한 카탈루냐 사람들은 스페인의 가난한 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원하지 않는다. 똑같은 경제적 세계화의 동력이 남북한의 격차를 확대시켰다. 1970년대 초, 남북은 경제생산이 엇비슷했다. 그러나 남한은 1970년대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선택하면서 도약했다. 오늘날 남한 경제 규모는 북한의 약 83배에 이른다. 이러한 엄청난 경제 성과의 차이는 남북 간의 유대감도 감소시켰다. 현재 남한에서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지지는 매우 높지만, 통일 촉진을 위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지지가 낮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그렇다. 두번째로, 기술과 관련된 쟁점이 있다. 인터넷은 전자우편이나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스엔에스) 플랫폼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끼리도 연결시켜줬다. 그러나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집단을 향해 끌리면서 자신의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나 협력에 대한 관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미국 선거는 국내외 행위자들에 의해 조작된 에스엔에스가 어떻게 유권자를 양극화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에 일조했는지를 보여줬다. 한반도에서도 ‘기술 분단’은 극명하다. 북한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발달시켰고 자체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생산했지만, 평균적인 일반인은 인터넷이나 세계적인 에스엔에스 플랫폼에 접근할 수 없다.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가장 잘 연결된 국가 중 하나인 남한과 비교해보라. 남북은 점점 더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북 사이에 정치적 분단이 있다. 남북은 경제적으로 동등한 수준이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라는 독재자들이 지배하는 비슷한 정치체제였다. 그런데 북한의 정치체제는 1970년대 이후 크게 변화하지 않았지만, 남한은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활동하는 활발한 민주주의 체제가 됐다. 세계 곳곳에서 정치 참여가 확대되면서 여러 국민국가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카탈루냐와 쿠르드족들의 국민투표, 아랍의 봄 등은 대중들의 자주권의 표현으로, 궁극적으로 단일국가의 생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에 비해 남한은 어떤 분리운동에도 직면해 있지 않다. 북한도 어떠한 대중 봉기에 직면해 있지 않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인 남한에서 통일은 대중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됐다. 북한 역시 갑자기 민주주의 국가가 되더라도 지난 70여년의 경험을 고려할 때 북한 사람들은 통일의 조건에 대해 매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정치도 남북을 더 멀리 밀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경제적 세계화, 통신기술, 민주화 등 세가지 힘들이 국민국가들이나 유럽연합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과 똑같이 남북한을 분리시키고 있다. 다만, 이 힘들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선 오랫동안 존재하던 구조물을 파괴하고 있는 데 비해, 한반도에선 분단의 현상 유지를 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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