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패하고 지지율이 급락해 우왕좌왕했던 아베 신조 총리는 8월3일 개각을 했다. 노다 세이코와 고노 다로 등 종래 아베 총리의 권위주의적 자세에 비판적이었던 정치가를 각료로 임명한 결과 지지율이 회복되는 듯하다. 특히 고노 외상에 대해서 중국과 한국 등 이웃 나라에서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노 외상의 아버지 고노 요헤이는 미야자와 기이치 정권의 관방장관으로서 종군위안부에 관한 담화를 발표하고 헌법 문제에 대해서는 호헌의 입장을 일관했다. 고노 외상에게 아버지의 노선 계승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회의적이다. 고노 요헤이는 한때 자민당의 부패 체질을 비판하면서 온건 리버럴 신당을 만들었던 정치가로 자기 신념에 충실했다. 예전 자민당 파벌 대립을 미화할 마음은 없지만, 파벌의 배경에는 정치가의 이념과 신조의 대립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민당에는 강권적 매파 지도자에게 충고할 신념이 있는 정치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베 1강 체제’라는 말은 야당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민당 내 비주류파와의 관계도 포함한다. 이번에 각료로 등용된 비교적 괜찮게 보이는 정치가가 자민당을 본래의 온건 보수 정당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내리막길에 접어든 아베 정권에 협력할 게 아니라 다음 총재·총리의 자리를 목표로 기회를 살펴야만 한다. 정치가에게 신조는 배의 닻과 같다. 신념이 없는 정치가는 흐름에 따라 떠다니기만 할 뿐 상황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 누구보다 표류하고 있는 이는 아베 총리 자신이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회 답변과 기자회견에서 말투는 정중해졌다. 하지만 국민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은 말뿐이고, 방위성의 평화유지활동(PKO) 관련 기록 은폐, 모리토모학원 관련 국유지 부당 헐값 매각,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을 둘러싼 특별 우대 등 의혹에 대해서 종래의 설명을 부정할 새로운 사실이 보도됐는데도 국회 심사나 조사에 응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 내놓은 5월 메시지에서는 올가을 자민당 개헌안을 마련하고 2020년에는 개헌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제 말을 바꿔 기존 일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에게 헌법 개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정치가로서 공명을 좇고 또한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야망을 성취하고 싶다는 패밀리 비즈니스의 발상으로 개헌을 추구해왔다. 물론 헌법 개정을 논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지금 헌법을 재검토하자는 논의는 전후 일본의 70년 행보를 총괄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일본이 2차 대전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할지와 밀접하고 불가분한 관계다. 현행 헌법 제정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포츠담선언(종전 직전인 1945년 7월26일 독일의 포츠담에서 열린 미국·영국·중국 3개국 수뇌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공동선언. 일본에 항복을 권고하고, 종전 뒤 전쟁범죄자 처벌 등의 처리 방침을 담았음) 수락과 이어진 행위다. 지금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패전 뒤 국제사회에 복귀했을 때의 조건을 부정한다는 의미다. 개헌론자에게서 이런 역사에 관한 논의를 들은 적이 없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정치가는 전쟁에 희생된 일본 병사를 신성시할 뿐, 왜 그런 전쟁이 일어나고 거대한 희생을 낳았는지 성찰하지 않는다. 8월은 일본이 2개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뒤 포츠담선언을 수락해 패전을 결정한 달이다. 전쟁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사실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역사 논의를 해야 한다.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여러 개헌 논의의 전제다. 그리고 8월15일은 일본이 패전한 날이지만 이웃 한국에서는 자유와 해방의 날로 축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도 역사 논의 속에서 불가결한 과제다.
칼럼 |
[세계의 창] 부유하는 일본 정치 / 야마구치 지로 |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대패하고 지지율이 급락해 우왕좌왕했던 아베 신조 총리는 8월3일 개각을 했다. 노다 세이코와 고노 다로 등 종래 아베 총리의 권위주의적 자세에 비판적이었던 정치가를 각료로 임명한 결과 지지율이 회복되는 듯하다. 특히 고노 외상에 대해서 중국과 한국 등 이웃 나라에서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노 외상의 아버지 고노 요헤이는 미야자와 기이치 정권의 관방장관으로서 종군위안부에 관한 담화를 발표하고 헌법 문제에 대해서는 호헌의 입장을 일관했다. 고노 외상에게 아버지의 노선 계승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회의적이다. 고노 요헤이는 한때 자민당의 부패 체질을 비판하면서 온건 리버럴 신당을 만들었던 정치가로 자기 신념에 충실했다. 예전 자민당 파벌 대립을 미화할 마음은 없지만, 파벌의 배경에는 정치가의 이념과 신조의 대립도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의 자민당에는 강권적 매파 지도자에게 충고할 신념이 있는 정치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베 1강 체제’라는 말은 야당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민당 내 비주류파와의 관계도 포함한다. 이번에 각료로 등용된 비교적 괜찮게 보이는 정치가가 자민당을 본래의 온건 보수 정당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내리막길에 접어든 아베 정권에 협력할 게 아니라 다음 총재·총리의 자리를 목표로 기회를 살펴야만 한다. 정치가에게 신조는 배의 닻과 같다. 신념이 없는 정치가는 흐름에 따라 떠다니기만 할 뿐 상황을 뚫고 나가지 못한다. 누구보다 표류하고 있는 이는 아베 총리 자신이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국회 답변과 기자회견에서 말투는 정중해졌다. 하지만 국민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겠다는 것은 말뿐이고, 방위성의 평화유지활동(PKO) 관련 기록 은폐, 모리토모학원 관련 국유지 부당 헐값 매각, 가케학원 수의학부 신설을 둘러싼 특별 우대 등 의혹에 대해서 종래의 설명을 부정할 새로운 사실이 보도됐는데도 국회 심사나 조사에 응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헌법 개정 문제에 대해 내놓은 5월 메시지에서는 올가을 자민당 개헌안을 마련하고 2020년에는 개헌을 실현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이제 말을 바꿔 기존 일정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에게 헌법 개정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정치가로서 공명을 좇고 또한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의 야망을 성취하고 싶다는 패밀리 비즈니스의 발상으로 개헌을 추구해왔다. 물론 헌법 개정을 논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지금 헌법을 재검토하자는 논의는 전후 일본의 70년 행보를 총괄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일본이 2차 대전의 의미를 어떻게 부여할지와 밀접하고 불가분한 관계다. 현행 헌법 제정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포츠담선언(종전 직전인 1945년 7월26일 독일의 포츠담에서 열린 미국·영국·중국 3개국 수뇌회담의 결과로 발표된 공동선언. 일본에 항복을 권고하고, 종전 뒤 전쟁범죄자 처벌 등의 처리 방침을 담았음) 수락과 이어진 행위다. 지금의 헌법을 부정하는 것은 패전 뒤 국제사회에 복귀했을 때의 조건을 부정한다는 의미다. 개헌론자에게서 이런 역사에 관한 논의를 들은 적이 없다.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정치가는 전쟁에 희생된 일본 병사를 신성시할 뿐, 왜 그런 전쟁이 일어나고 거대한 희생을 낳았는지 성찰하지 않는다. 8월은 일본이 2개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은 뒤 포츠담선언을 수락해 패전을 결정한 달이다. 전쟁을 둘러싼 여러 논의가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사실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역사 논의를 해야 한다.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여러 개헌 논의의 전제다. 그리고 8월15일은 일본이 패전한 날이지만 이웃 한국에서는 자유와 해방의 날로 축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도 역사 논의 속에서 불가결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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