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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11 20:22 수정 : 2017.06.11 20:30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최근 석 달 동안 일본에서는 정치 부패가 차례차례 드러나 아베 정권이 큰 비판을 받았다. 첫 번째는 모리토모학원 의혹이다. 아베 총리와 가깝다고 하는 인물이 경영하고 애국주의적 교육을 자랑으로 내세웠던 모리토모학원이라는 학교법인이 초등학교를 개설하려는 즈음에, 국유지가 (공시지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이 학교에 매각된 사건이다. 가격을 낮춰준 이유에 대해서 정부는 정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것은 가케학원 의혹이다. 총리가 복심의 친구라고 부르는 인물이 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수의학부 개설 신청과 관련해, 내각부가 다른 대학은 신청할 수 없을 듯한 조건을 붙여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청이 통과되도록) 결정했다는 건이다. 두 사건 모두 총리와 가까운 인물에 대해서 특별한 편의가 공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있다. 일련의 의혹은 아베 총리 또는 총리의 측근이 공적인 권력을 사물화(私物化)해왔던 정황이 엿보인다.

권력 남용과 관련해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 텔레비전에 여러 번 등장해서 아베 정권을 옹호해왔던 언론인이 여성을 성폭행해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되었지만 경시청 상층부가 영장 집행을 멈추게 했다.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며, 정권 중추의 관여가 있었는지 해명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산 총영사가 사적인 대화 중 아베 정권의 대한국 정책에 의문을 던진 것이 정부에 전달돼, (아베 정부가) 총영사를 경질한 사건도 있었다.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일-한 마찰 중에 본국에 소환당한 총영사가 일-한 관계에 대해서 독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그러한 여러 의견을 모아서 정책을 세워야 하는데,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총영사를 경질하는 것은 히스테릭한 반응이다.

이러한 사례를 소개하면, 일본은 권력 횡포가 심하며, 답답하고 불공정한 사회가 되었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실제로 지금의 일본 정치는 아베 일강 체제라고 불린다. 야당이 국회에서 추궁해야 하지만 중과부적이어서 유효한 점검을 못 하고 있다. 미디어도 친정부와 반정부로 이분화되어, 정부의 지나친 행위를 비판하는 큰 여론을 형성하기 어렵다. 자민당 안에서도 총리와 다른 의견을 내는 비주류 정치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소선거구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이상이 지나, 자민당의 파벌은 예전과 같은 응집성을 잃어버렸다.(1선거구에서 1명의 후보자만 공천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공천권이 당 총재에게 집중돼 파벌의 힘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비주류파 정치가가 권력자에게 충고를 해서 정치의 균형을 갖췄던 것은 아주 옛날 일이다.

전제정치를 막을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힘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편차는 크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대의 정치 부패에 대해서 한국인들은 단호히 일어났다. 시민의 정의감과 에너지가 탄핵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았을까. 일본에서도 시민의 비판 운동은 존재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조용하다. 국회 주변에 연일 수만 명의 시민이 모이면, 정권은 더욱 겸허해지지 않을까. 역시, 자력으로 민주화를 쟁취한 한국인들의 정치 의욕과 운동력은 우수하다고 생각하며 부러워진다.

물론 이웃 나라를 부러워하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아베 총리는 5월3일 헌법기념일에 2020년부터 새로운 헌법을 시행하고 싶다고 밝혀, 이제부터 2년간 헌법 개정 논의가 활발해질 듯하다. 특히 초점이 되는 것이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9조다. 아베 총리는 9조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9조를 변경하는 것은 전후 70년 이어온 평화국가라는 아이덴티티를 방기하는 것이라는 반대론이 크다. 일본에서도 각지에서 헌법과 평화를 지키자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구체적인 개헌을 제안한 것으로, 주권자로서 (국민은) 헌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이 헌법 논의를 일본인은 시민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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