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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4.16 19:16 수정 : 2017.04.16 19:21

야마구치 지로
호세이대학 법학과 교수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긴박해지면서 미국은 군사력 행사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의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 기회에 일본인들도 일본에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 제9조(2차대전 패전 뒤인 1946년 공포된 현행 일본 헌법에서 평화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조항으로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규정)를 지켜온 전후 일본에 대해서는 종종 ‘평화 바보’(흔히 안보 등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고 현실에서 괴리된 이상론을 비웃을 때 자주 쓰는 말. 하지만 무엇이 이상론인지 정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며, 군국주의 강경파를 ‘평화 바보’라고 부르는 경우조차 있음)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평화 바보’였던 것은 방위력 증강과 일-미 군사 협력에 열심인 보수파를 포함한 일본인 전체가 아니었을까. 이 점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 정치학자 마쓰시타 게이이치가 1981년 쓴 ‘도시형 사회와 방위 논쟁’이라는 논문이다. 당시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로 일본에서도 방위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었다. 마쓰시타는 그런 풍조에 이의를 제기했다.

20세기의 세계대전, 그리고 베트남전쟁 같은 제2차 세계대전 뒤의 지역 전쟁은 모두 농촌형 사회를 무대로 했다. 마쓰시타는 군사 전문가들이 이 경험에 매달려 있으며 인구, 생산력, 경제활동이 대도시에 밀집된 도시형 사회에서의 현실적 전쟁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해오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공업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도쿄권이 강화되면 될수록, 도시형 사회의 문제가 첨예해진다. 도시형 사회가 과열된 일본은 전쟁을 견디기 힘든 부서지기 쉬운 구조가 됐다”고 적었다.

이 논문이 나온 지 30년 이상 지난 지금 대도시 집중은 더욱 진전됐고 동해 연안에는 다수의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됐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연안의 원자력발전소는 재가동시키려고 하는 정치가의 ‘현실주의’를 나는 의심한다.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도쿄와 원자력발전소가 미사일 공격을 받으면 일본은 파멸한다. 일본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을 생각할 때 이 현실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이 북한한테서 직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지금 시점에서는 없지 않을까? 그러나 북한과 국경을 접하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전쟁은 있어서는 안 되는 시나리오다. 북한의 핵개발을 일본은 계속 반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을 무법국가로 비난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무법국가가 군사력을 행사하면 일본은 파멸적 타격을 받는다. 국내에 광대한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공격을 받게 된다. 미국은 다소 상처를 입더라도 적국을 파괴할 힘을 갖고 있다. 일본과 미국은 이 점에서 입장이 전혀 다르다. 한국전쟁으로 큰 고통을 경험한 한국인들에게도 전쟁은 절대로 피해야만 하는 것이다. 일본은 전쟁의 현실을 모른다는 점에서 한국인들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일본 국내의 ‘용감하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미국과 함께 무법국가를 징벌해 파괴해야만 한다’는 논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국민적 논의를 거쳐 상당한 각오를 해야만 할 수 있는 선택이다. 나는 국민의 파멸을 걸고서 북한 정벌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 여러 선택지를 고려한다는 미국 정부의 정책을 곧바로 지지한다고 밝힌 일본 지도자들은 전쟁의 현실에 대해서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을까. 전쟁의 현실에 대해서 일본인은 한국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군사가 아니라 정치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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