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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4 18:52 수정 : 2007.11.04 21:56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고 윌리엄 포터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 가운데 입이 거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포터 대사는 1971년 4월 박정희 정권이 주한미군을 6만명에서 4만명으로 줄이려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감축계획에 불만을 갖고 미군 주둔비용 지원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자 이런 말을 했다. “(그는) 엉클 샘의 큰 젖통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으려 한다.”

당시 미국은 정말 ‘큰 젖통’이었다. 달러화는 강했고, 전 세계에 차관을 제공하고 있었다. 미 국방부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안보공약 유지에 필요한 태평양상의 해공군력 비용으로 매년 400억달러를 쉽게 감당할 수 있었다. 오늘날 상황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1조3천억달러이지만, 미국은 650억달러에 불과하다. 중국과 일본, 한국은 미국의 해외부채 2조2천억달러 가운데 47%를 차지하는 채권국이다.

최근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가 <포린어페어스> 11·12월호에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조락’(Washington's Eastern Sunset)이란 논문을 기고했다. 제이슨 섀플런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케도) 정책보좌관과 함께 쓴 이 논문에서 두 사람은 “60년간의 미국 지배 이후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은 바뀌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퇴조한 반면, 중국은 상승하고 일본과 한국은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동북아에서 새로운 동력이 생성되고 있다”며 “서로 적대적인 역사를 가진 3개의 강력한 민족주의 국가가 동시에 휴면기에서 깨어나 세력을 다투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적 성장은 특히 한국의 동시적이고 극적인 경제성장을 함께 고려한다면 동북아에서 미국 영향력의 중요한 수단이 크게 약화됐음을 의미한다”고 두 사람은 결론지었다. “미국은 경제적 압박 수단을 동원해 미국의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한국을 압박할 수 없고, 한국은 한국전 이후 어느 때보다 미국에 덜 의존적이 됐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또 “일본도 자국의 안보이해를 구축하고 보호하고자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두 사람은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변화로 중국의 광범위한 군 현대화를, 두번째로 이 지역을 사정거리에 둔 미사일 보유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은 군 현대화를 통해 대규모 소모전 대신에 “좀더 단기적인 고강도 전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좀더 현대화되고 좀더 날렵한 군사력”을 갖게 됐다. 중국은 현재 1천기 이상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36~44기의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고 있고 해마다 100기씩 미사일 보유를 늘려가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 일본도 현재 “껍질을 깨고 나서고 있다”고 두 사람은 지적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F-22 50대와 공중급유기 구매를 요청했으며, 헬기탑재 항모 휴가를 진수했다.

같은 호에서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레이니 전 대사의 솔직한 평가에 대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이 지역안정을 크게 증대시킬 수 있는 미-중-일 3자 동반자관계를 구축하는 길을 닦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평가받을 만한 점이 아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도전에 대처하는 데 귀중한 시간들을 까먹었다. 빅터 차는 북한에 핵활동 재개와 핵실험의 기회를 준 2002년 제네바합의 파기에 주요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한 명이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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