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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2 18:20 수정 : 2007.09.02 18:20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의 아랍인들은 이번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를 숨죽여 지켜보았습니다. 한국인들을 친구로 여기고, 한국이 그동안 이룬 것들을 자랑스러워하며, 한반도가 통일되어 강국이 되기를 바라는 우리 아랍인들은 진심으로 가슴 아파 했습니다. 그리고 피랍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했습니다.

<한겨레> 독자들은 아랍과 이슬람교도를 표적 삼아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제가 한 조언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 이 칼럼에서 이 더럽고 추악한 전쟁에서 미국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고, 한국 같은 다른 나라들이 이 전쟁에서 도구로 전락하거나 아랍인과 무슬림들의 적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아랍인은 한국인들의 친구가 되고 싶어 하고, 한국이 이런 바람을 깰 이유가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신들의 정부는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쟁과 학살을 확산시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조언만을 들었습니다. 당신들의 정부는 미국의 꼭두각시로 아랍권에서도 미움을 받는 몇몇 아랍 국가의 말에만 귀기울였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나라는 내부의 반발로 이라크에 군대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 당신들 같은 비아랍 국가들이 전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정부는 이런 점을 알아챌 감각과 정보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라크에 군인을 보냈습니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이,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전쟁이 아닌 ‘국제전’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을 한국 정부는 미리 알고 있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를 만족시키기 위해 군인들과 국익을 희생했습니다. 이는 한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군인 몇 명과 국익을 함께 잃었습니다.

세계 제패에 열중한 미국의 행위는 아랍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의 자결권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계화’에 대한 열정에는 다른 문화와 다른 문명, 다른 국가에 대한 존중이 결여돼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를 이용하거나, 다른 나라의 부를 약탈하고 국익을 희생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사실을 깨달은 모든 나라들이 ‘복속’의 논리가 아닌 ‘협력’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한국은 자국민 두 명이 살해된 뒤 대중의 압박을 받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자국군 철수를 다시한번 공표했습니다. 한국은 모욕을 당했고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확신합니다. 한국 정부로 하여금 탈레반과 협상하지 말고, 납치된 한국인들이 희생되도록 그냥 놔두라는 것입니다. 미국은 여러 저항단체들을 ‘테러단체’라고 뭉뚱그리며, 그들과 직접 만나 협상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해 오지 않았습니까?

결과적으로 한국은 그런 조언을 귀기울여 들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번 사태를 통해 앞으로도 그런 말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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