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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2 18:39 수정 : 2007.07.22 18:39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의료 후진국’ 미국

미국이 세계적으로 많은 분야를 선도하고 있지만, 의료분야만큼은 ‘절대 따르지 않아야 할’ 모델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의료비용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2007년 미국인 1인당 의료비는 7500달러다. 국내총생산(GDP)의 17% 규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배, 한국의 거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대규모 지출에도 이렇다 할 결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아이슬란드·스위스 등에 비해 3년 이상 짧다. 유아사망률은 선진국 가운데 최고다. 최근 수술 대기시간부터 인구당 사망률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실시한 한 연구에서,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미국 의료분야에서 가장 잘못된 세 가지로 △민영 의료보험 △의료인력 부족 △제약회사들의 자유로운 특허권 독점을 꼽을 수 있다. 민영 의료보험 시스템은 가장 낭비적인 요소인 동시에 의료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겐 가장 큰 걱정거리다. 보험회사들은 최대한 보험 가입자에게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아플 것 같은 사람들은 보험 가입을 받지 않음으로써 돈을 번다.

보험회사들은 환자들의 보험금 지급 요청을 거부하며 간단히 의료비 지급을 피한다. 이들은 “지급 거부”라는 간단한 레터 형태로 수백, 수천 달러를 절약한다. 환자의 이의제기로 돈을 지급하게 되더라도 보험회사로서는 잃을 게 없다. 많은 환자들은 너무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회유된 나머지 지급 거부를 그냥 수용하게 된다.

물론 사람들은 잦은 거부가 귀찮아 다른 보험회사를 찾기도 한다. 이는 보험회사들이 돈을 버는 또다른 방법이다. 보험회사들은 자주 아픈 가입자가 다른 보험회사로 가는 것을 환영한다. 다른 보험회사들도 최선을 다해 이들을 회피할 것이다. 보험 정책을 얘기하기에 앞서 현재의 보험 조건을 짚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금액을 보험료로 내야 하거나 보험계약을 거부당하곤 한다.

관료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보험회사의 운영비용은 미국 의료비용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의사·병원들은 환자들이 내미는 대량의 보험서류 양식을 다루기 위해 추가인원을 고용해야 한다. 10~20%에 해당되는 비용이 추가로 든다.

미국 의사들은 서유럽 의사들에 비해 평균 약 2배 정도 돈을 번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미국 의사들의 보호주의다. 미국 의사협회는 미국내 의대에서 공부한 의사 수를 제한하는 동시에 외국 의사들의 미국 진입도 제한한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추가 급여를 받으며, 그 규모는 미국 의료비용의 5%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돈이 제약회사들에 지급되고 있기도 하다. 몇몇 연구 결과를 보면, 미국의 약값은 다른 ‘부자 나라’들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국이 제약회사들의 특허 독점을 당연스레 받아들이면서 그들과 가격 협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이 사람들의 생명이나 건강에 필수적인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면, 그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가격을 부과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한다. 의약품 비용의 과다 지출 또한 미국 의료비용의 5%에 해당된다.

미국의 의료체계에는 다른 심각한 문제들도 많다. 예를 들면, 의사들 사이의 협조 부족으로 관절염 치료를 받은 환자의 심장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다. 정부가 민영보험회사·의사들·제약회사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만 있었다면, 의료분야가 다른 영역에 비해 이렇게 엉망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이렇게 영향력 있는 이익집단들을 억누를 만한 정치적 힘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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