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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0 18:04 수정 : 2007.06.10 18:04

이종원 릿교대 교수·국제정치

세계의 창

아베 정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잇따라 터진 악재와 지지율 폭락에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열세를 만회하느라 “지도력 과시”를 의도한 강공책을 펴고 있지만 여론과 겉돌면서 오히려 혼란된 모습을 자초하는 장면도 적지 않다. ‘아베 색깔’을 과시하고자 나카야마 교코 납치 문제 담당 총리 보좌관을 급히 참의원 선거에 내세우기로 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반대와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신념과 정치적 계산이 뒤얽힌 “북한 때리기” 카드지만 여론의 반응은 아직은 냉담하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암초에 걸린 ‘2·13 합의’가 앞으로 한 달 동안에 어떠한 전개를 보이느냐가 선거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마쓰오카 도시카스 농수산상의 자살이 큰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현직 각료의 자살은 패전 직후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더욱이 불투명한 정치자금 사용과 공공사업 낙찰 짬짜미(담합)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와중에 일어난 사건이라 정치적 파장은 더욱 컸다. 마쓰오카 농수산상의 자살로 정치자금과 부패 문제의 추궁은 얼버무려질 공산이 커졌다. 담합 관련단체의 책임자가 마쓰오카 농수산상을 전후해서 잇따라 자살하는 등 ‘거대한 스캔들’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지만, 죽은 자에 대한 매질은 피한다는 일본 사회의 풍토와 심리가 정치적 추궁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베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희의적 시각이다. 애초 주요 각료 경험 없이 이미지와 인기를 바탕으로 총리에 취임했을 때부터 지적된 약점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취임 초 평균 70%를 웃돌았던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30%선이다. ‘선거판의 얼굴’로서 대중적 인기가 존재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위기적 수준’이라는 것이 이곳 정계의 일반적 인식이다. 각료들의 잇따른 불상사, 5천만 건에 이르는 연금 기록 분실 문제에 마쓰오카 농수산상의 자살 등 개별적인 사건이 지지율 하락의 계기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정권 운영 전반을 두고 불신과 불안이 확산되는 “총체적 위기”라는 지적도 많다.

지지율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올 들어 아베 총리는 개헌, 집단적 자위권 검토, 교육개혁 등 자신의 지론인 보수 우파적 의제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야당과도 대결적 자세를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야당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을 서둘러 강행 표결한 것이 그 대표적 보기다. 자신의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함과 동시에 강한 리더쉽을 연출하려는 의도임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관심은 격차나 연금과 같은 ‘민생문제’에 집중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파 드라이브’도 겉돈다. 개헌에 대해서도 국민투표법 강행 이후 오히려 신중론이 늘었다. 개헌 지지율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평화헌법의 핵심인 제9조에 대한 개정 반대 의견도 다수를 이루고 있다.

참의원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의 지지율로서는 최근 10년 이래 가장 낮다. 야당인 민주당이 내부 분열에 허덕이며 힘을 잃고 있어 상대적 이득을 보고 있지만, 지금 상황이 계속되는 한 선거 패배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면 전환의 계기가 있다고 한다면 2·13 합의의 파탄과 북핵 문제의 분출이 그 하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6자 회담이 진전되면 강경노선의 아베 정권으로서는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 총리에 오르기까지 주요 고비마다 ‘북풍’이 때맞춰 불어 덕을 본 아베 정권이다. 일본이 가는 방향을 가름할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구도가 되풀이될 것인지 궁금하다.

이종원 릿교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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