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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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지난 2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전 의장은 올해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3분의 1로 점쳤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그는 가능성을 올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물론 증시는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간헐적으로 보이는 비이성적인 쏠림에 가깝다. 많은 투자자들은 조만간 대기업이 합병할 만한 대어를 낚기 원하지, 장기적으로 이익을 낼 만한 회사를 찾고 있지 않다.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돈을 주식 시장에서 굴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의회 예산국은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10년 동안 기업들의 평균 수익이 현재보다 5%나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보통 주식시장 활황 때는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원래 주식시장은 현실 경제와 낮은 연관성을 보여왔다. 주식시장보다는 고용과 임금, 지출의 성장이 더 중요한데, 전망이 좋지 않아 보인다. 2001년 불황 이후 미국 경제를 지탱해온 힘은 유례없는 부동산 시장 활황이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오늘날 부동산 값은 1990년대 중반에 견줘 70%나 올랐다. 부동산 가격 폭등은 주택 건설과 판매를 늘리고, 동시에 가처분 소득도 불려놔 경기 활황에 이중으로 도움을 줬다. 부동산 값이 최고로 올랐던 2005년 주택 건설 비율은 10년 전에 견줘 갑절 가까이 늘어났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의 주택시장 성장은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러나 소비에 대한 간접적 효과가 더 중요하다. 주택 거품은 7조달러라는 거품 낀 부를 창출했다. 주택 소유자들은 새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엄청난 소비 바람을 일으켰다. 이는 대공황 시기였던 32~33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 저축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거품이 꺼지고 있다. 주택 과잉 공급으로 매물은 늘어나고 공실률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주택값이 폭락해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사라지고 있다. 모기지 대출 상환 불능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경기는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반년 동안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주정부들은 부동산값 하락으로 인한 세입 감소로 예산을 줄이고 있다. 유일하게 소비만이 건강한 성장세를 보이며 경제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소비 역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몇달간 고용 성장은 매우 더뎠으며 임금 상승률 역시 인플레이션 수준을 밑돌았다. 특히 급등한 유가는 일하는 이들의 주머니에서 수천억달러를 강탈했다. 4월 소비는 줄어들었다. 유가가 계속 오름에 따라 이달 역시 소비 증가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결론적으로 부동산 붐이 주도한 경제 활황은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누구도 2002~2005년 같은 부동산 시장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둔화 뒤에 경제를 이끌 만한 투자나 수출 역시 정체돼 있다는 게 문제다. 유가 상승은 경제를 불황의 절벽으로 떠밀 결정적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몇달 내 고용 성장이 정지하며 임금도 줄어들고, 소비 억제가 추가적인 고용 축소를 야기하는 고전적인 불황의 악순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불황이 이전과 다른 것은 고용 축소가 부동산 시장에 더 직접적 영향을 끼쳐 큰 폭의 소비 억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일이 언제쯤 일어날지, 그리고 언제 미국 경제가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예상하기에 아직은 너무 이르다. 확실한 것은 당면한 미국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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