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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2 17:28 수정 : 2007.04.22 17:28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세계의 창

4월8일 전국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돼 나도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도쿄도민은 아니지만 가장 주목을 받은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이시하라 신타로 현 지사가 3선에 성공한 데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다. 소문난 강경파 정치인으로 재임 중 지금까지 외국인,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차별 발언을 거듭하고, 최근에는 공사 구분을 망각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련의 추문들이 폭로된 이시하라가 왜 280여만표나 득표해 압승했는가?

“프랑스어는 숫자를 셀 수 없는 언어이기 때문에 국제어로서 실격인 것도 당연”하다고 멋대로 얘기해 프랑스어 교원들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한 이시하라에 주목한 파리의 내 친구에게서 “믿기 힘든 결과”라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어쨌든 이시하라에 대해 “하고 싶은 얘기를 솔직히 하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든지, “개구쟁이처럼 미워할 수 없는 성품” 등으로 생각해버리면 다소의 일탈이 있어도 상관없고, 아무리 막말을 토해내도 용서해버리고 싶어진다고. 아니 오히려 금기에 도전해 많은 사람이 말하고 싶어도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속내를 대변하는 정치가로서 ‘멋지게’ 보인다고.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시대, 사람들은 이시하라한테서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일종의 ‘안심’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아닐지….

이런 심적 상태가 쉽게 파시스트로 연결될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정말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실은 이번 선거에서 더 심각하게 느낀 것은 지방선거 전체를 통틀어 투표율이 여전히 낮았다는 것이다. 도지사 선거의 투표율은 지난번의 약 45%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약 52%에 머물렀다. 유권자 1천만명 가운데 거의 절반이 투표하러 가지 않았으며, 이시하라의 득표는 전체 유권자 수로 보면 약 28%밖에 되지 않는다. 도도부현 의회선거의 평균 투표율도 대략 50%로, 지난번 35개 현에서 전후 최저를 기록했고, 이번에도 27개 현에서 최저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고 한다.

여기에서 나타난 것은 어차피 누가 정치를 해도 이 나라는 변하지 않는다는 절망일까? 변하지 않는다는 것에 ‘절망’하기 위해서는 ‘바꾸고 싶다’는 강한 ‘희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될 터이다. 그런 희망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몇번이나 이 나라를 바꾸려고 노력해 보았지만 결국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에 절망한 결과가 이것이라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기서는 ‘어차피 기권해도 그렇게 나쁘게 되지는 안을 것’이라는, 결국은 현상 긍정적이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보수적 심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4월12일 중의원 위원회에서 국민투표법안이 야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채택됐다. 다음날인 13일 본회의에서도 여당의 찬성 다수로 가결됐다. 이대로 가면 참의원에서도 가결돼 순식간에 법안이 성립될 듯한 분위기다. 이 법안은 헌법 개정을 위해 국민투표의 절차를 담은 중요법안이지만 최저 득표율의 규정이 없고 공무원과 교원의 지위를 이용한 찬성·반대 운동이 금지돼 있다. 언론을 통한 유료선전 및 광고가 원칙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재력이 있는 개헌파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법안이 성립되려는 상황인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90%의 시민이 법안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교육기본법안도 그랬지만 많은 시민들이 정치적 무관심 때문에 알지 못하는 사이에 시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정치적 결단이 차례차례 이뤄져 나간다. 두려운 일이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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