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01 17:44
수정 : 2007.04.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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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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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22개국 아랍 정상들은 해마다 3월에 정상회의를 열어 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때로는 구속력 있는 정책을 낸다. 지금 그들 앞에는 여러 중차대한 문제들이 놓여 있다. 팔레스타인·이라크·레바논, 수단 내전, 경제 개발과 정치 협력 등이다. 언론은 회의에서 돌파구가 열리고 실질적 해결책이 나올 것처럼 법석을 피운다.
하지만 역대 정상회의는 보통 실패의 연속이었다. 1964년 요르단강 물을 끌어가려는 이스라엘에 대응하기 위해 첫 아랍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갈등은 1967년 전쟁에서 요르단·시리아·이집트가 이스라엘에 패해 요르단강 서안과 골란고원을 뺏기는 것으로 결론났다. 아랍 정상들은 1973년 전쟁에 나섰다가 더 많은 땅을 잃고 마지못해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받아들였다.
정상회의는 과거 이라크-쿠웨이트, 알제리-모로코, 리비아-이집트 분쟁, 수단 내전도 해결할 수 없었다. 경제 개발과 산업화 과제를 실현하는 데도 실패했다. 아랍 국가들은 부유하지만, 식량의 75%를 수입한다. 산업화된 나라들과 과학·기술 격차는 더 벌어졌다. 예산의 30%가 왕실 등 최고 지도층 관련 사업에 배정되고, 30%는 부패의 먹잇감으로 던져진다.
이런 사례들은 정상들이 진정한 지도자라기보다, 대부분 개인적 이해와 욕망을 추구하는 부족 지도자라는 점과 연결된다. 이들이 진짜로 협력하는 정권안보 분야에서는 내무장관들이 반정부 세력 추적에 힘을 합친다. 단지 아랍세계의 자유에 반하는 일에만 단결하는 것이다.
2002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으로 나온 ‘아랍 평화안’은 어떤가? 이는 아랍의 이스라엘 국가 인정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완전히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할 것을 내용으로 한다. 정상들은 매년 이를 거듭 촉구하지만, 이행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취할 수 없었다. 사실 그들한테는 협동 능력이 없을 뿐더러, 대부분은 정치적 의지조차 지니지 않았다. 아랍국들간 관계에서는 서로 의심이 심한데다, 다수가 미국의 압력 아래에 있다.
최근 미국은 ‘적극 외교’라는 말을 내세워 ‘아랍 평화안’을 평화협상의 주제로 다룰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인다. 이스라엘은 ‘아랍 평화안’이 실현되려면 팔레스타인 난민의 고향 귀환이 배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언론이 난민 문제를 조명하고는 있지만, 나는 이게 진짜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팔레스타인의 일부 지도자들을 비롯한 아랍 지도자들은 1948년에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으로 난민들을 돌려보내려 한다면 중동평화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진짜 문제는 1967년 점령한 땅과 예루살렘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완전히 철수하는 부분이다. 동예루살렘을 병합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영원한 수도로 선포하고,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는 서안지구에는 정착촌들을 세우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아랍 지도자들이 마련한 ‘아랍 평화안’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그것을 유엔과 미국 등이 마련한 ‘중동 평화안’(로드맵)의 대체물로 보기 때문이 아니다. 이란 공격을 대비해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목적에서다. 미국의 주관심사는 이란 핵개발이지 팔레스타인이 아니다. 미국은 다른 일에 아랍 동맹국들을 동원하고 싶을 때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에 바른 우려를 표명한다. 또 아랍 정상들은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려면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진정한 국가지도자인 것처럼 보여야 한다. 미국은 이런 식으로 1981년 아랍 국가들을 이란에 대항하게 하고 91년 이들이 사담 후세인에 대한 공격을 지원하게 했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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