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10 16:54
수정 : 2006.12.1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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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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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충분하고도 효과적인 군사능력과 다양한 군사수단을 보유했다. 1967년 중동전쟁에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이후 팔레스타인 사람 70여만명을 체포·수감해 왔다. 나 자신도 네 차례 구금됐다. 짧은 기간 투옥된 사람도 많지만, 또다른 많은 이들은 오랜 동안 갇혀 있다.
이들은 평범한 수감자들이 아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속박을 풀고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 싸운 전사들이고, 이스라엘 사람들한테는 테러리스트들이다. 이스라엘은 형량을 다 채우지 않은 수감자를 석방하기도 하지만, ‘이스라엘 군인이나 민간인 살상’ 사건 연루자들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유의 전사들을 돌려받을 최선의 방법은 수감자 맞교환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1979년 이스라엘군 1명을 80명과 맞바꿨고, 83년에는 이스라엘군 5명을 수천명과 교환했다. 2년 뒤에는 이스라엘 병사 3명의 석방 대가로 1150여명의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수감자들이 풀려났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병사를 풀어주고 레바논·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돌려받은 적이 있다. 현재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붙잡고 있는 헤즈볼라는 수감자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단체 하마스 사이에서도 수감자 교환이 논의되고 있다. 몇 달 전 가자지구 이스라엘군 시설에 대한 대담한 공격으로 병사 1명을 붙잡은 직후 하마스는 이를 요구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쪽은 과거에도 이스라엘 병사들을 사로잡아 왔지만, 이처럼 주도면밀한 작전을 벌여 수감자 교환을 요구하기는 처음이다. 치욕적인 일을 당한 이스라엘은 엄청난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520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다쳤으며, 수많은 집과 산업·농업 시설이 파괴됐다. 이스라엘은 또한 하마스 소속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내각·의회 구성원들의 체포에 나섰다.
하마스에게 이번 일은 이스라엘에 엄중한 교훈을 줄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영원히 가둬둘 수 없고, 자신들은 자유의 전사들을 석방시킬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가졌다는 점을 이스라엘이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쪽 피해에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피해를 감내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마스 등은 굴복하지 않고 구식 미사일로 대응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군은 여러 차례 민간인들을 공격해 학살극을 일으켰다. 이런 학살사건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지만, 미국은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이스라엘을 보호해주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병사를 구출하라는 내부 압력이 이스라엘 정부에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수단은 결실도 없고 파괴적이기만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무너지지 않았고, 하마스도 멀쩡하다. 결국 이스라엘은 병사를 돌려받으려면 수감자 교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했다.
팔레스타인 쪽은 각료·의원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 지도자 사다트와 파타당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의 석방도 요구한다. 또 여성, 어린이, 환자, 장기수감자들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이 여성, 어린이, 환자들을 석방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하지만 종신형 수감자 수백명을 풀어주려고는 안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는 못할 것이고, 이스라엘도 양보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비록 수백명을 잃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기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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