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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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과거 중국의 병원은 모두 국립이었다. 사람들은 병원을 모두 ‘인민병원’이라 불렀다.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는 모두 ‘백의천사’로 통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그들을 ‘하얀 늑대’라고 부른다. 항간에선 이 ‘하얀 늑대’를 ‘잿빛 개’, ‘안경 쓴 뱀’과 함께 ‘3대 해악’으로 꼽는다. ‘잿빛 개’는 경찰을, ‘안경 쓴 뱀’은 교사를 가리킨다. ‘백의천사’가 사람들에게 화를 입히는 ‘하얀 늑대’로 둔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970~80년대 이전에 병원은 모두 나라의 보조금으로 운영됐다. 병원에서 돈을 번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환자들은 대부분 나랏돈으로 치료를 받았다. 의사와 간호사는 오로지 병 고칠 생각만 했다. 그래도 경제적으로 조금도 곤란하지 않았다. 그러나 개혁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떼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의사와 간호사들은 자신의 월급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개방까지 얹혔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서양의 백의천사들이 모두 부자라는 것을 알고 마음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똑같이 하얀 가운을 입고 일하는데, 왜 우리는 가난하단 말인가? 마침 나라에서도 재정 부담을 덜고자 ‘병원의 기업화’를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병원들은 돈을 벌고자 의사들에게 실적 지표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환자를 몇 명이나 치료했는가?, 약은 얼마나 팔았는가? 입원 환자는 몇 명이나 돌봤는가? 의사들은 벌어들인 돈에 따라 상여금까지 받게 됐다. 그들의 눈에 환자는 이제 ‘병자’가 아니라 ‘돈이 열리는 나무’일 뿐이다. 기껏 감기를 치료하는 데 약값을 수천위안이나 물리고, 쓰지도 않은 약을 버젓이 진료비 청구서에 올린다. 한 환자가 하루에 수십 병의 링거를 맞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게다가 의사들은 남모르는 ‘수입원’을 갖고 있다. 의사들은 심심찮게 환자들한테서 돈봉투를 받는다. 수술할 때는 거의 예외가 없다. 환자들에게 약을 팔고 제약회사에서 사례비를 받기도 한다. 의사들은 약을 파는 상인이나 다름없다. 옛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도리가 있고 돈이 없으면 관청에 들어가지 말라.”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병이 있고 돈이 없으면 병원에 들어가지 말라.” 최근 몇 해 동안 돈 없는 환자들이 쏟아지고, 치료를 받고 도망가는 환자들도 많아졌다. 병윈에 치료비를 빚지는 환자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다 보니 병원은 환자들에게 선금을 요구하고, 돈 없는 환자는 문전박대한다. 병원은 이제 ‘인민폐 병원’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자며 정부는 의료시장을 개방해 민간 투자를 장려했다. 그러나 이런 민영병원은 일찌감치 성병 치료로 돈을 번 사람들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그들은 또 온갖 자질구레한 병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으로 변신했다. 그러곤 하늘과 땅을 뒤덮을 기세로 병을 고쳐주겠다는 광고를 뿌려 환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병원은 그야말로 사기꾼의 대명사가 됐다.어떤 사람들은 “의사와 교사의 직업윤리가 망가지면 사회 전체가 망가진다”고 말한다. 사실, 중국의 모든 직업은 한번씩 망가진 경험을 갖고 있다. 의사와 교사는 그 중 제일 늦게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망가짐은 제일 광기스럽고 실망스럽다. 가장 먼저 망가졌던 상인들은 지금 다시 직업윤리를 세우고 있다. 의사와 교사들이 망가지는 것은 새로운 도덕이 세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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