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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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이라크 미래에 대한 미국의 장밋빛 꿈은 사라졌다. 그런 꿈은 실현된 적도 없다. 미국이 약속한 파라다이스 대신 날마다 이라크인 사망자 수, 차량폭탄 테러, 암살, 팔다리가 잘린 이들이 얼마인지가 질문 대상이 된다. 이라크의 현실을 비추는 것은 피로 얼룩진 악몽이다. 이라크는 온전하게 남아 있을 수 있나? 미국은 막대한 손실을 언제까지 감내할까? 지금 중동과 미국 사람들은 이 두 가지에 주목한다. 치안·경제·정치·사회가 모두 날마다 악화되는 상황을 해결할 영웅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미국은 이제 이라크 저항세력을 꺾을 수 없고, 쓰러지는 미군 수는 늘어난다. 미군이 병력과 장비를 증강하고 있는데도, 저항세력은 더욱 확산되며 대항 수단을 발전시킨다.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는 자국 내 불만 증가 때문에 7일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뺏길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라크 내부 분쟁 제어에 완전히 실패했다. 수니파와 시아파는 폭탄과 잔혹 행위로 서로를 죽이는 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를 내전으로 규정하는 데 주저하지만, 내전으로 가는 길이 잘 뚫려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한다. 어떤 이들은 이라크인들과 저항세력을 약화시키려는 미국이 종파 분쟁에 기름을 붓는다고 생각한다. 실패는 혼란과 상호 비난을 낳는다. 동맹관계라는 미국 행정부와 이라크 정부는 서로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총리가 결의와 결단력이 없다고 하고, 일부 미국 관리들은 이라크 내각이 부패와 권력 남용을 저지르며 시아파 무장단체를 후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를 일축하며, 미국이 사소한 일에까지 끼어들어 이라크 정부가 무슨 행동을 취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미국 대사가 너무 깊게 간섭하고 지시한다고 한다. 이라크 총리조차 자신은 미국의 친구이지 하수인이 아니라며 독자성을 주장했다. 이라크에 미국 행정부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인들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은 준독립국가를 갖게 됐다. 시아파는 남부에서의 독립적 지위를 목적으로 연방국 형태를 추진한다. 수니파는 석유가 없는 중부지방에 고립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대량 학살을 설명해 준다. 유혈 참사를 멈추려는 노력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이슬람의 가장 신성한 도시인 메카에서 수니파와 시아파 지도자들이 회담하자고 제안했다. 양쪽은 ‘하나의 이라크’와 이라크인들의 생명을 구하자는 내용의 선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긴장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살해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중동은 이라크 분할을 우려한다. 터키는 쿠르드족 국가를 원치 않는다. 터키 내 쿠르드인들의 독립투쟁을 고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도 시아파 국가 수립이 지역 안정을 해친다고 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의 시아파 국가가 이란과 연합할 것을 우려한다. 시리아는 수니파가 약화될까 염려한다. 이 나라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는 미국은 이란을 약화시킬 목적에서라도 이라크 분할에 반대할 것이다.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저항은 강도가 높아지고, 이란이 시아파를 지원하면 이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수니파의 저항도 커지고, 아랍세계 자원병들은 이라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상황 악화는 무자헤딘의 바람대로 이라크 정부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낳게 한다. 그러면 수니파 저항세력과 시아파 민병대는 공존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떠맡아야 할 것이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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