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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30 20:50 수정 : 2006.10.30 20:50

세계의창

흔히 경제학자들은 유럽지역의 높은 실업난이 국가의 복지보장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후한 실업급여, 고용보호, 강력한 노조 등이 기업의 수익을 줄이고 기업정신을 갉아먹는다는 식이다. 이에 대한 처방은 제도 틀을 바꾸라는 것이다. 실업급여와 고용보호를 줄이고 노조를 약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럽의 노동시장과 경제를 미국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놓친 사실이 있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더이상 유럽보다 크게 효율적이지 않다. 유럽 경제가 성장한 반면 미국 경제가 장기 침체하면서, 25~54살 사이 핵심 노동계층에게 취업 전망은 서유럽과 미국이 거의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미국 핵심 노동계층의 지난해 고용률(취업자/생산가능 인구)은 79.3%였다. 유럽연합(EU) 초기 가입국 15개국의 평균 고용률 78.2%와 비슷하다. 1.1%포인트의 차이는 서유럽인들에게 수십년간 안정을 보장해온 시스템을 재검토할 정도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성별 차이를 고려하면 차이는 더 줄어든다. 미국 핵심 노동계층 남성의 고용률은 86.9%로, 서유럽의 86.6%보다 기껏 0.3%포인트 높다.

여성들의 고용률 쪽을 보면 차이가 더 크기는 하다. 미국 핵심 노동계층 여성의 고용률은 유럽보다 2.2%포인트 높다. 하지만 이런 차이는 경제가 약해서라기보다는 문화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수적 성향의 남유럽에서는 여성들의 고용률이 미국보다 훨씬 낮다. 스페인은 미국보다 10.5%포인트, 이탈리아는 14.1%포인트나 낮다. 반면, 미국에 비해 프랑스는 조금 높고, 독일은 조금 낮다. 오이시디의 최신 자료는 미국와 유럽 핵심 노동계층 사이에 어떤 의미있는 차이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청년층이나 노인층에서 미국과 유럽의 고용률은 크게 차이가 난다.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격차의 일부는 정책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유럽에서는 중등 이후의 교육이 상대적으로 싸거나 무료다. 많은 학생들이 생활비에 보태 쓸 보조금을 정부에서 받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중등 이후의 교육이 상당히 비싸다. 이 때문에,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의 대부분이 자신들의 생계비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한다.

중등교육과 관련해 유럽식과 미국식 모델을 놓고 토론을 벌일 수는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낮은 학비와 학생들에 대한 풍부한 지원 덕에 학생들이 일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것은 바로 이들 국가의 복지정책이 기대했던 결과다.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고령층의 낮은 고용률은 다양한 공적 또는 사적 퇴직연금의 결과다. 물론 유럽의 연금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데도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받지 않는 사람보다 일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당연한 정책 결과다.

한마디로, 유럽의 몇 가지 정책은 취업의욕을 꺾는다고 심각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국가의 복지보장이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과 높은 실업률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핵심 노동계층 세대에서는 유럽의 복지 수준이 일자리를 만드는 면에서 미국만큼이나 성공적이다. 국가의 복지 보장으로 이런 일자리들이 대다수 노동자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더 높은 임금을 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국가 복지 보장에 대한 이야기도 이제 현실에 맞게 바뀔 때가 됐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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