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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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미국은 작동되지도 않는 핵탄두를 장착하게 될 작동되지 않는 북한 미사일을 막으려고 작동되지 않는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해 왔다.” 하버드대학 벨퍼과학국제문제센터의 핵프로젝트 책임자 제프리 루이스는 지난 10일 이런 평가를 내렸다.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은 여전히 초기 단계로 보인다. 외교적 노력을 되살려 북한 핵프로그램을 원래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실적인 이유다. 한국은 6자 회담 전단계로 부시 미국 행정부로 하여금 대북 금융제재 타협책을 찾도록 북한과 직접협상에 나서라고 다그쳐야 한다. 현재 협상 전망은 암담하다. 그러나 11월7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하면 미국 여론은 움직일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제재의 제한된 유용성 때문에 외교적 방안을 고려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의 880마일 국경과 공항, 항구마다 방사능 감지기를 설치하자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제안을 생각해 보자. 북한이 마음먹고 한다면, 이런 긴 국경에서 극소량의 플루토늄을 밀수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북한이 이런 일을 할 만큼 자포자기 상황에 내몰렸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확실한 방법은 9·19 공동선언의 단계별 비핵화 협상이다. 3주 전 나는 평양에서 두 차례에 걸쳐 6자 회담 북한 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6시간이나 토론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우리가 핵기술을 제3자에게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우리는 보장을 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내가 “전면적인 사찰체제 및 완전한 비핵화와 연계하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자, 그는 “우선 이전하지 않겠다는 공식 약속을 하고 관계 정상화 진전과 연계해 비핵화 과정에 필요한 검증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와의 대화로 미루어, 북한이 바라는 6자 회담에 이르는 일괄타결(패키지딜) 방안은 이렇다. ‘북한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 동안 추가적인 핵이나 미사일 실험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약속한다.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동결하고 태천의 50메가와트 원자로 건설을 중단한다.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요원들은 영변에 복귀한다. 6자 회담 복귀 시점을 공약한다. 미국은 금융제재 문제에 타협한다.’ 금융제재와 관련해 가능한 타협안은, 방코델타아시아 건과 미국이 법을 남용한 증거가 있으면 이들을 포함해 다루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13일자 권고조처를 대체할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한다. 이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된 계좌 및 거래와 합법적인 거래 및 투자를 구분하는 것이다. 미국은 유엔결의안 8조 디(d)항 적용에서 이런 구분을 염두에 둘 것을 다른 나라에 요청한다. 또 ‘미국은 북한을 테러리스트 지원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고, 잠정적인 에너지 지원을 한다’는 것이 마지막 해결 수순이다. 나는 기자회견 등에서 여러차례 김정일이 미쳤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교활한) 여우처럼 미쳤다”고 대답했다. 나 역시 그가 충동적이고 도박사적 기질을 갖고 있다는 혼돈된 인상을 갖고 있다. 북한에 납치된 배우 최은희씨가 해준 말이 있다. “김정일 등 참가자 모두가 돈을 잃고 딜러가 판돈을 싹쓸이했다. 그는 딜러와 단독 담판을 하겠다며 칩을 더 가져오도록 시켰다. 판쓸이 단독 승부를 쳤지만 결국 칩을 다 잃었다. ‘칩 값은 내 통장에 달아놔’라고 말했다. 뒷전에서 구경하면서 그의 성격의 한 단면을 이해하게 됐다.” 김정일이 핵무기를 갖지 않게 보장하는 길은 단 두 가지다. 제2의 한국전쟁을 하든가, 아니면 미-일 관계 정상화와 연계해 그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되돌려놓는 외교를 하든가이다.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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