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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07 18:54 수정 : 2006.08.07 18:54

다카하시 데쓰야

세계의창

8월15일이 다가오면서 일본의 신문·잡지에서는 야스쿠니 문제에 관한 기사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눈에 띈다. 지난해에도 많았지만, 올해는 훨씬 더 늘어난 느낌이다. 과열 보도의 한 요인은 7월20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머릿기사일 것이다. 1988년 도미타 도모히코 궁내청장관이 쇼와 천황의 발언을 기록한 메모가 발견됐으며, 거기에 에이(A)급 전범의 야스쿠니 합사를 이유로 쇼와 천황이 참배를 중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견해는 전부터 있어왔으나 이번 메모가 진짜라면 ‘물증’이 나온 셈이다.

반향은 크다. <아사히신문> 등은 일제히 “쇼와 천황조차 에이급 전범을 모신 신사에는 참배를 중단했으니, 총리도 참배를 자제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참배를 지지하는 매체들은 도미타 메모의 가치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데 열심이다. 참배 반대파까지 천황의 말을 받드는 것이나, 에이급 전범만 나쁘고 쇼와 천황에게는 전쟁 책임이 없었다는 식의 논조가 강해지는 것은 일본 사회의 민주화와 역사인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참배 반대파가 이 메모를 받듦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어떤 상황이 생겨날지가 문제다. 이 메모는 단기적으로는 총리 참배 반대론에 순풍이 되고, 중기적으로는 에이급 전범 분사론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그것은 총리 참배는 물론 천황 참배의 부활을 위한 분사론이 될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감정의 연금술’이 천황 참배로 가능해졌다고 밝힌 것처럼, 원래 야스쿠니 신사에서 불가결한 것은 천황의 참배이지, 총리의 참배가 아니다. 야스쿠니는 ‘천황의 신사’(황군의 신사)였고, 천황이 참배하기에 유족도 전사를 ‘명예로운 죽음’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도미타 메모에 따르면, 천황 참배를 실현하기 위해선 에이급 전범을 분사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중국의 비판에 강하게 반발하는 일본의 여론에 대해서도 분사를 납득시킬 수 있는 훌륭한 논거가 된다. 실제 아소 다로 외상 등은 총리뿐 아니라 천황도 ‘당당히 참배’하기 위한 분사를 주창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야스쿠니 신사의 ‘국영화’ ‘국가 수호화’까지 공공연하게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분사를 강제하면 정교분리의 헌법에 위반되므로 야스쿠니가 자주적으로 종교법인격을 반납한 뒤, 국가가 관리해 분사를 결단하면 된다는 게 아소 외상 등의 생각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에이급 전범 분사를 바람직한 일로 생각할 것이다. 분사가 이뤄지면 현재의 외교문제는 해결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에이급 전범이 없는 야스쿠니에 천황이나 수상이 당당히 참배하고, 야스쿠니가 국영화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패전 전 야스쿠니의 형태가 아닌가. 패전할 때까지 야스쿠니는 ‘전쟁 신사’로서 완전 가동되고 있었고, 그때는 에이급 전범이 합사되지 않았다. 에이급 전범 분사는 결국 야스쿠니가 ‘본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길을 여는 것일 뿐이지 않은가.

이것이 헌법 9조의 개정, 즉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군사력 행사 허용과 연동되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일본군이 중동이나 한반도에서 미군과 함께 무력행사를 해 일본군에도 전사자가 나왔다고 하자. 이 전사자는 국영화한 야스쿠니에 새로운 영령으로 모셔지고, 천황이나 총리가 거기에 참배해 ‘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명예의 전사’로 그 공적을 칭송할 것이다. 일본군과 그를 떠받드는 시설인 야스쿠니의 부활의 길을 열 수도 있는 분사론을 나는 지지하지 않는다. 총리 참배를 중단해 야스쿠니를 일본이라는 국가로부터 명실공히 떼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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