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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6.12 18:50 수정 : 2016.06.12 18:51

2010년대로 넘어오면서 미-중 관계가 1960년대 중-소 관계처럼 갈등-분쟁-충돌의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는 느낌이다. 중-소 갈등은 50년대 중반 이념분쟁으로 시작됐지만 본질은 사회주의권 내 패권 싸움이었다. 6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건 결국 영토분쟁-군사충돌로 이어졌다. 현재 심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도 본질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패권 싸움이다.

북핵 문제로 시작된 미-중 갈등 전선은 한반도에서 남중국해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아시아의 주인 자리를 되찾겠다는 뜻인 ‘중화부흥’을 선언한 중국은 산호초였던 난사(남사)군도를 개발해 비행장까지 건설하였다. 이건 태평양과 인도양에서 그동안 미국이 행사해오던 제해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자 일본과 필리핀은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섬들 때문에 일찌감치 미국 편에 섰다. 지난달 말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과 베트남에 대한 미국 무기 금수조치 해제로 베트남도 이제 군사적으로 미국과 한배를 탔다.

도전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에 입각해, 동북아에서 북핵 문제를 구실로 미-일-한 3각 군사동맹 체제를 구축했다. 동남아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를 구실로 미-일-필리핀-베트남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미국 중심의 대중 압박에 대해 최근 중국이 실력행사를 시작했다. 지난 9일 새벽 중국 군함들이 중-일 영토분쟁 중인 센카쿠열도 접속수역을 항행했다. 일본이 해상관활권 침범이라며 즉각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같은 시간대에 러시아 군함도 같은 수역을 항해했다. 동중국해에서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대결하는 형국이다.

19세기 중반 이후 아시아에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힘겨루기가 군사충돌로 번질 때 그 무대는 매번 한반도였다. 청일전쟁이 그랬고 러일전쟁이 그랬다. 6·25 한국전쟁도 처음에는 남북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미-중 전쟁으로 번졌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막강해지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갈등은 반도국가인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한반도에서 다시 불꽃이 튈 가능성이 충분이 있다. 그리고 그 불꽃은 평양에서 먼저 튀어 동북아의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걱정을 안 하는 것 같다. 강대국들의 대외정책 관련, 중요한 의미가 있는 주요 7개국(G7) 회의가 아주 가까운 히로시마에서 열리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그 시간에 머나먼 아프리카로 갔다. 옵서버 자격으로라도 G7 회의에 참석해서 참가국들, 특히 미·일이 우리의 안보 상황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관련해서 어떤 꿍꿍이를 하는지 현장에서 참모들과 함께 지켜봤어야 한다.

아프리카의 북한 ‘절친’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다고 북한이 아파하면서 핵을 포기할까? 우간다는 북한에 도움을 주기보다 받는 나라다. 그런 나라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북한보다 얼마나 더 주기로 약속했을까. 우간다-북한 협력관계 단절 여부 관련 발표가 오락가락했던 일이 그런 의문을 자아낸다. 아무튼 지원한 만큼 이득이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쿠바 문제도 마찬가지다. 쿠바도 북한의 ‘절친’이지만, 우리가 쿠바와 수교한들 무슨 대수인가. 기껏해야 동시수교 정도에 그칠 것이고, 쿠바가 북핵 관련 대북제재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세현 평화협력원 이사장, 전 통일부 장관
지금은 미-중 갈등이 장차 한반도에 전쟁을 몰고 올지 모른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입각해 양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할 때다. 지금은 북한 압박한답시고 머나먼 곳까지 가서 북한고립 외교나 하고 돌아다닐 때가 아니다. 핵·경제 병진노선 비판이나 하고 북한의 선행동이나 요구할 것도 아니다. 관·학 협의체라도 만들어 우리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평양발 불꽃이 동북아 산불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북한을 관리해 나갈 묘수를 찾아야 한다. 나라를 살리는 힘은 편견과 원칙이 아니라 통찰력과 상상력에서 나오는 법이다.

정세현 평화협력원 이사장,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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