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8.31 18:37 수정 : 2014.09.01 08:31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북한의 핵위협은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19일 7대 종단 대표 초청 오찬 때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맞물리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온 북핵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뒤 박 대통령은 문제해결책 대신 드레스덴 선언, 8·15 경축사 등 주요 계기마다 북한한테 핵을 포기하라는 주문만 했다. 6자회담 재개를 선도하기는커녕, ‘북한의 핵포기 선행동론’과 ‘중국 역할론’ 등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복창(復唱)했다.

북핵 문제 발생 이후 20여년의 전개 과정을 복기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첫째, 북핵 문제는 주고받기식 협상을 해야 해법이 나왔다. 압박·제재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 둘째, 북한의 공격적 행동을 제재한답시고 협상을 중단하고 대북 관여(engagement)를 중단하면, 그 틈새시간 동안 북한은 오히려 핵능력을 키웠다.

1994년 10월 ‘미-북 기본합의’ 뒤 2002년 10월 부시 정부가 ‘고농축 우라늄’ 문제로 대북 압박을 개시하기 전까지 북핵 문제는 뉴스거리가 아니었다. 북한의 핵활동 중단과 사찰 수락 대가로 클린턴 정부가 북한의 체제 안전과 경수로 건설 지원을 약속했고, 그 약속이 이행되었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북핵공포 없이 살았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대북 압박을 시작하면서 ‘미-북 기본합의’는 깨졌고 한반도 정세가 다시 요동쳤다. 우리 국민들은 다시 불안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03년 8월, 베이징 6자회담이 시작됐고 2005년 9월에는 ‘9·19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언론이 ‘북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이라고 평가한 ‘공동성명’도 ‘기본합의’처럼 북한에 반대급부를 주는 구조였다. 북핵포기 대가로 미·일의 대북 수교, 경제 지원,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협의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동성명’ 발표 다음날 미국 재무부가 북한의 달러 위조와 세탁을 이유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 북한은 당연히 강력 반발했고, 6자가 합의한 9·19 공동성명의 이행은 중단됐다. 그리고 1년 뒤인 2006년 10월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에 성공했다. 2차, 3차 핵실험도 미국 등 유관국들이 대북제재 차원에서 협상과 관여를 끊은 상태에서 일어났다.

북핵 문제는 앞으로도 북·미가 직접 주고받기식 협상을 하고, 그 합의를 이행해야만 해결될 것이다. 압박·제재는 결국 북한의 핵능력만 강화시켜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미가 합창하고 있는 ‘북한의 선행동론’과 ‘중국 역할론’이나 유엔 대북제재 유지 정책은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우리에게는 북핵 문제가 죽고 사는 문제지만, 솔직히 말해서 미국한테는 ‘꽃놀이패’ 같은 것이어서 해결되면 좋지만 안 돼도 손해는 없다. 그것 때문에 엠디(MD) 등 무기 수출이 늘어나면 미국 경제에는 도움이 된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이렇게 다른데도 동맹국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이 계속 미국의 북핵정책을 무조건 따라야만 하나? 국제정치 세계에서는 ‘나’ 아니면 다 ‘남’인데….

“핵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했으면 박 대통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4차 북핵실험부터 막아야 한다. 핵실험이 4차까지 성공하면 탄두의 소형화·경량화, 미사일 장착이 가능해진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시간은 절대 우리 편이 아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한시바삐 오바마에게 강력 촉구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북한한테 핵능력 강화의 틈새시간을 주고 만 ‘전략적 인내’ 정책을 이제는 수정해 6자회담을 빨리 재개하자고. ‘북한의 선행동’을 요구하는 대신 ‘한국의 선행동’을 시작하고, ‘중국의 역할’ 대신 ‘미국의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을 6자회담장으로 끌고 가야 중국도 북한을 끌어낼 수 있다.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정세현 칼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