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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19 18:12 수정 : 2019.06.20 14:01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최근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포함한 바 있고, 이미 국민소환 관련 법률도 여러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민주평화당은 당론으로 국민소환제를 채택하고 다른 정당들의 당론 채택을 압박하고 있으며, 국민소환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결론이 나든 제도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현재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찬성하는 청와대, 정당, 국회의원들이 좀 더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우선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 복기왕 정무비서관의 답변 내용 중 오류를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해보자. 지난 12일 복기왕 비서관은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틀렸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국민이 소환할 수 없다. 입법부인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헌법기관 간의 견제로 대통령이 해임될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의미라면, 현행 제도는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이를 허용한다. 행정부 소속 검찰의 기소와 사법부의 재판 결과로 국회의원직 박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오류가 중대한 이유는, ‘국회의원을 선출한 주권자가 소환할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왜 대통령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시민이 선출한 공직자다. 어떤 형태로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가 가능해야 한다면, 논리적으로는 대통령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국민소환의 권리가 국회의원에게만 적용되고 대통령에게는 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지 답을 찾지 못했다.

또 복기왕 비서관은 ‘주민소환제가 도입되었음에도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소환이 남발되지 않았고 성공률도 낮았기 때문에 국회의원 국민소환이 오용될 여지는 적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지방정치와 중앙정치의 갈등 강도는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중앙정치 차원의 정당 경쟁이 적대적 갈등 상황에 놓여 있고 정당 지지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이 가능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을 소환하려고 경쟁하지 않았을까? 여기에 대통령 국민소환까지 가능했다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은 대통령 소환까지도 시도하지 않았을까? 서로 더 많은 지지자를 모아 거리집회를 하려 할 것이고, 더 많은 돈을 들여 사거리마다 펼침막을 걸려고 할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서로 집회를 하려고 하다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정당 지지자들 사이에 국회의원을 소환하려는 경쟁이 일어난다면, 그 결과 누가 승리하든 대규모 시민 집단 간 적대감이 높아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편을 갈라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갈등이다. 선거에서는 서로 다른 정당을 선택할 뿐이지만, 국회의원 소환 캠페인은 정당 지지자들 상호 간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나는 충분히 예견되는 이런 사회갈등 이후에도 결과에 승복하며 함께 잘 살아갈 방도를 찾지 못했다.

또 다른 고민 지점으로는 정책소환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소환에는 정책소환이 가능하게 되어 있다. 국회의원 혹은 대통령의 소환에도 정책적 입장이나 정책수행과정의 문제를 소환 사유로 포함할 수 있을까? 현재 영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국회의원 소환제는 정책소환을 허용하지 않는다. 중앙정치에서 정책소환이 허용될 경우 발생할 깊은 갈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국민소환제에 찬성하는 청와대, 정당, 국회의원들은 어떤 답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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