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3.27 17:07 수정 : 2019.03.27 19:14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이달 25일부터 고용노동부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곧 여러 지방정부도 청년수당 접수를 한다고 한다. 때맞추어 일부 언론에서는 청년수당에 대한 오래된 걱정들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현재 ‘청년수당’이라 불리는 것은, 일정 수준 이하 소득 가구의 미취업 청년들에게 3~6개월 동안 월 30만~50만원씩의 현금 지원을 하는 사업을 통칭한다. 2019년 현재 서울, 인천, 경기,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경남, 전남, 제주의 10개 광역지방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했고, 4개 기초지방정부에서도 시행 중이다. 중앙정부와 서울, 대전, 부산 등 다수 지방정부의 월 지원액은 50만원인데, 이는 그 나름 근거가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평균 취업준비기간은 11개월, 취업준비금으로 월 45만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청년수당에 대한 한 우려는, 기업을 지원해야 일자리가 생기는데 청년들에게 ‘푼돈’을 나누느라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 오래된 레퍼토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20여년 동안 기업에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세제지원, 청년고용 인센티브, 각종 규제완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청년 일자리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건, 정부가 더 충분히 기업 지원에 정성을 쏟지 않아서가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산업구조가 변하고 있고, 한국 경제구조 역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된 경제환경에서 앞으로 전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질 사람은 지금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앞으로 경제를 운영해갈 청년들이다. 이들에게 한달 50만원은 푼돈이 아니라 당장 개인의 인생과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개척해갈 종잣돈이다.

청년수당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수당이 당사자의 아무런 노력 없이 지급되기 때문에 ‘용돈’에 불과하고, 국가가 용돈을 주면 청년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사회진입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어떤 언론기사에서는 중앙정부가 학교 떠난 지 2년까지 용돈을 주고 지방정부가 그 뒤에 용돈을 주기 때문에 청년들의 사회진입이 점점 더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받자고, 몇년씩 놀면서 할 수 있는 취업을 하지 않을 청년이 얼마나 있을까. 무엇보다 이 걱정은 청년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당을 받는다는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필자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에 대한 설문, 면접조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만난 청년들 가운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고, 세금으로 받는 수당이기에 더 가치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

또 청년수당에 대한 우려 가운데 빠지지 않는 건 용처를 알 수 없는 ‘눈먼 돈’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청년수당 참여자들을 통해 확인한 바는, 지난 정부들에서 사라지거나 오리무중인 수조원, 수십조원의 눈먼 돈보다는 청년수당이 이 사회를 위해 훨씬 가치 있게 쓰였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수당의 절반 정도를 생활비로 썼고 나머지를 학원비, 교재비, 면접비 등으로 썼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했던 아르바이트를 중단하거나 시간을 줄여서 자격증을 땄고 취업준비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청년들은 시간과 돈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도 했다. 병원에 갔고 술도 마셨고 커피값으로도 썼다. 아프면 치료받고 친구도 만나야 미래세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그게 다다. 한달 50만원으로 뭘 더 했겠는가.

이런 유의 걱정 아닌 걱정들은 수당 참여자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 그들은 놀고먹으며 세금을 축내는 게 아니다. 당당하고 치열하게 자신과 한국 사회의 미래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곧 이들의 경제활동과 세금에 기대어 노후를 보내야 할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삶에 조금만 더 공감하면서 지금 이 시간을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공감세상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