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5 07:33
수정 : 2018.12.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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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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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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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만난 찐딘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에게 했던 이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선택 대상으로 여기는 차별적 관점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과 가정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적지 않은 이주여성의 현실도 가벼이 여겼기 때문이다. 여성은 국적에 따라 남성으로부터 “선호하는 편”이라고 언급되는 ‘기호의 대상’이 아니며 결혼이주여성의 인권 보호는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당면 과제다. 출신 국가 등에 따라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규정하는 시각도 편협하다. 베트남 부총리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도 4일 비판을 쏟아냈다. “여성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의 정서”(자유한국당), “여성을 상품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시대착오 발언”(바른미래당), “다문화가정에 대한 굴절된 시각”(민주평화당) 등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런데 여당은 사과나 유감 표명은커녕 “말꼬리 잡기로 외교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논평으로 응수했다.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베트남 부총리는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고 말했고, 2017년 다문화 인구 동태에 따르면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인 여성 중에서 27.7%를 차지해 1위였다”며 “부총리의 말이 사실인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 발언은 찐딘중 부총리의 말에 동감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야당은 여성을 남성의 선택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 대표의 ‘젠더 감수성’을 지적하는데, 본질을 외면한 채 느닷없이 베트남 부총리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낮은 젠더 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안희정 전 지사의 불륜 행위가 공직자로서 안 해야 될 일이기 때문에 제명을 바로 한 것이고 젠더와는 관련 없다”고 말하며 권력자의 ‘위력 행사 여부’가 법적 쟁점으로 붙은 사건을 ‘불륜 행위’로 치부했다. 많은 ‘미투’ 폭로자가 이른바 ‘꽃뱀’과 ‘불륜 상대’로 몰리며 2차 폭력을 겪는 현실을 외면한 채 경솔하게 발언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여성 선호” 발언이 옳았다고 고집을 피울 게 아니라 자신의 ‘젠더 감수성’이 뒤떨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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