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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3.08 21:22 수정 : 2017.03.08 22:11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 2월 초, 특수부 검사들로 붐비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하루 아침에 절간처럼 조용해졌다. 검사 한두명만 남고 모두 일선으로 복귀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이 조용한 ‘숙청’을 알고 있던 사람도 드물었지만, 그들도 연내 폐지가 예고된 중수부의 ‘구조조정’ 수순으로만 알고 있었다.

조폭영화에 나올 법한 이 ‘보복’의 배후에는 법무부 검찰국이 있었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의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난 부분을 항소했다. 중수부는 법무부에 미리 알렸으나 실수로 보고가 누락됐고, 사전 보고도 없이 감히 대통령의 형을 항소한 무례한 조직으로 낙인 찍혔다. 청와대의 격노는 법무부로 전달됐고, 검찰 인사·예산권을 쥔 법무부 검찰국이 중수부 검사들을 날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달랜 것이다.

‘이명박 시절이 차라리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박근혜 검찰에서 ‘그때 그 시절’이 문득 떠오른 건 검찰국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에 경찰국이 없듯, 법무부 검찰국은 다른 부처에는 없는 낯선 조직이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은 보장돼야 하지만, 검찰이 독점한 국가의 형벌권은 통제도 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의 문민통제에 그 기능적 역할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법무부 검찰국을 통한 검찰 통제의 목적성이 ‘국민’이 아닌 ‘권력’으로 크게 변질되면서 역대 정부보다 정치오염 농도가 훨씬 짙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국이 인사·예산권을 지렛대 삼아 검찰의 주요 수사 정보를 보고 받은 뒤 청와대에 상납하는 관행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역대 대검 중수부장들이 이따금 서초동(대검)에서 과천(법무부)을 오고간 데는 이런 속사정이 깔려 있다. “검찰과 법원 개혁은 각각 검찰국과 법원행정처를 수술대에 올리면 된다”는 검찰의 한 부장검사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역시 법무부 검찰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파견검사부터 디지털포렌식(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까지 검찰국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 특검팀 파견검사 중에는 법무부 검찰국 출신도 있었다. 그런 검찰국이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과정에서 특검팀의 수사대상이 된 것은 구조적으로 수사의 외연을 넓히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물며 우 전 수석 수사가 검찰국의 직접 통제를 받는 검찰로 넘어왔고 설상가상으로 검찰국장과 검찰총장까지 수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니, 과연 검찰이 제대로 칼을 휘두를지 궁금하다.

검찰은 곧 외부의 거센 개혁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검찰개혁 논쟁의 용광로 앞에 설 검찰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다시 ‘이명박근혜 검찰’로 돌아가고 싶은가. 차기 대통령에게도 묻고 싶다. ‘이명박근혜 검찰’을 원하는가.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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