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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9 17:40 수정 : 2017.02.09 22:14

항체형성 97.5% 진실은 정부 정책 수용률

“소는 97.5%로 백신 항체형성률을 높게 유지하고 있어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 5일 충북 보은 젖소농장에서 처음으로 구제역 확진이 결정된 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나온 보도자료 내용이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큰 와중에 구제역까지 덮쳐 설상가상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 전염이 가능해 전파력이 강하다. 백신은 구제역을 막는 가장 핵심적인 방역이다. 항체형성률 97.5%라는 것은 100마리 중 97.5마리는 항체가 있어 구제역에 걸릴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라고 농림부는 여러 차례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다음날인 6일부터 ‘97.5%’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구제역에 걸린 충북 보은 젖소농장의 항체형성률은 19%, 전북 정읍 한우 농장도 고작 5%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신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며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농가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현재 구조는 농가에서도 구제역 접종과 관련해 노골적인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기 힘들게 설계돼 있다.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으면 해당 농가는 과태료를 낸다. 또 구제역이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의 20%가 깎이는데다 방역 소홀이 밝혀질 경우 추가로 20%가 더 삭감된다. 자식 같이 키운 소를 모두 살처분 해야 하는 것도 힘든데, 보상금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얘기다. 결국 소를 키우는 농가 9만8천여곳 가운데 7%(6900여곳)만 표본조사를 해서 나온 97.5%의 항체형성률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정부는 ‘97.5%’라는 통계와 동떨어진 낮은 항체형성률의 진실에 대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 사흘째 되던 지난 8일에 이르러서였다. “97.5%는 전체 330만마리 소에서 백신 접종으로 구제역 항체가 생긴 소의 비중을 말하는 게 아니다. 농가 9만8천여곳에서 얼마나 정부 백신 정책을 수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에 가깝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곤혹스레 털어놨다.

지난해 정부 조사 방식은 이러했다. 소를 키우는 농장별로 소 한 마리를 골라 항체가 있으면 조사가 끝난다. 즉 300마리 소를 키우는 농장에서 한 마리를 골라 항체가 나오면 299마리는 검사할 필요 없이 ‘항체형성 농장’으로 분류됐다. 다만 조사한 첫번째 한 마리에서 항체가 없으면 추가로 16마리를 더 검사하긴 했다. 하지만 상당수 농장에선 농장주가 검사할 소를 직접 골랐다고 하니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6900여 농장은 이런 허술한 검사체계를 통해 97.5%가 항체형성 농장으로 분류됐던 셈이다.

박봉균 본부장은 “현재 국내엔 구제역 백신의 효능을 확인하는 시스템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17년간 구제역을 겪었고, 백신 접종이 의무화한 지 7년이 됐다. 이번 백신 효능 논란이 정부의 무능을 넘어선 직무유기라고 보아야 할 이유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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