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13 14:37
수정 : 2016.11.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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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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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밀 지도데이터 국외 반출을 허용할 것인지를 발표하기로 한 23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구글과 정부의 상반된 태도가 눈길을 끈다.
구글은 ‘담백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정부 허가를 받아 반출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해 신청했을 뿐이다. 요건이 안 돼 허용할 수 없으면 ‘안 된다’고 결정해 알려주면 될 것을 ‘왜 신청해 분란을 만드냐’고 하거나 조건을 놓고 협상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업계 등에서 “혈세로 만든 지도데이터를 구글이 거저 이용하려고 한다”거나 “국외로 가져가려는 것은 한국에 사업장을 두지 않는 방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오는 것에 불만을 터트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구글은 “이례적으로 한국에는 5천 대 1의 초정밀 데이터의 반출까지 요청했다”거나 “군사기지 같은 보안시설을 가려달라는 정부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는 주장이 국정감사 등에서 나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국가 보안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불허 결정을 하면 되지, 왜 구글을 비난하거나 조건을 달려고 하냐”는 것이다.
물론 구글의 속내는 다를 수 있다.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 정부가 이 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단박에 결정하지 않고 추가 심의가 필요하다며 11월23일까지로 결정 시한을 미룬 것을 두고도 “미국 대선 결과를 고려해 결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구글은 데이터 반출을 지난 6월1일 정부에 신청했고, 1차 시한은 8월25일까지였다.
업계에선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으니 구글의 요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부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뛸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이번 건과 관련해 정부가 먼저 담백하고 투명한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신청이 정당하다면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단호하게 안 된다고 결정하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 협의회 일정은 물론 각 부처가 어떤 견해인지까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이에 ‘안 되는데 해주려고 애쓰는 것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 등을 개발하는 글로벌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밀 지도데이터 반출 허용 신청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중국 업체들도 허용해달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번에 정부의 태도를 눈여겨볼 것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 확실한 기준을 남기려고 고심에 고심을 더하는 것이라면 박수받을 일이지만, 그러려면 결정 과정과 부처별 의견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반출 허용 여부보다는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지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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