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겨레>는 우리 경찰이 공상과학(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떠올리게 하는 ‘빅데이터 기반 범죄 분석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는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한겨레> 2월5일치 1·2면) 이 영화는 경찰이 범죄를 예측해 잠재 범죄자를 미리 단죄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이런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용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무단 이용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개발에 앞서 사회적 논의를 건너뛴 것은 큰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불법적인 개인정보 이용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총 50억원이란 큰 예산을 들여 개발할 프로그램의 기능에 대해 개인정보를 침해할 만큼 대단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 곳투성이다. 먼저 경찰 담당자는 “이 프로그램은 수사에만 쓰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이 누구든 데이터를 수집할 당시의 용도 이외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범죄의 수사에 필요한 경우’ 등 몇가지 예외를 두었기 때문에 이런 해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이 애초 공고한 사업 내용은 이와 거리가 한참 멀다. 이 사업의 세부 과제가 넷인데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한 솔루션은 하나뿐이다. 나머지 셋은 강·절도, 성폭력 등 특정 범죄에 대한 예측, 범죄 발생 위험지역 예측, 빅데이터 플랫폼 등인데 모두 수사가 아니라 범죄 예측과 예방 활동이다. 사업 제안서에 공고된 대로 과거 수사·재판기록 데이터(킥스 데이터)나 민간의 웹 데이터 등을 활용한다면 어느 쪽이든 불법이다. 이에 경찰은 범죄 예측·예방 관련 세 가지 과제에 대해 “기존 통계 자료 분석 정도로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업 공고에선 ‘온톨로지 분석’ 같은 고난도의 빅데이터 분석을 하겠다고 했다. 한 빅데이터 전문가는 “이는 수사기록 간 연관관계 등을 분석하는 것으로 수사자료를 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업 추진이 성급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연구해 보자는 차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업 공고엔 용역 수주자에게 요구하는 기술성숙도(TRL)를 7~8단계로 명시했다. 이는 최고인 9단계(양산 가능 수준) 바로 밑으로 실제 상황에서 시험까지 통과하는 수준이다.
권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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