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삼성물산이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와 합병자문 계약을 맺었다. 골드만삭스는 총자산이 1조달러인 글로벌 1위 투자은행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지배자’로 불린다.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유럽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이다. 언론이 이들을 가리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는 삼성의 ‘구원투수’라고 표현했듯이, 삼성이 다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대형 투자은행이 기업 합병과 관련해 사전에 자문계약을 맺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삼성처럼 이미 합병 결정이 끝난 뒤 자문계약을 맺는 것은 흔치 않다. 삼성전자가 과거 골드만삭스의 자문을 받은 적이 있고, 급하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점에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삼성은 이례적인 자문계약으로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투자회사 대표는 “업계 관행상 삼성이 지급할 비용이 적어도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더 신중히 일을 했다면 이런 엄청난 출혈을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주들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삼성은 합병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번 놓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엘리엇 등 여러 외국인 투자자들은 합병 발표 전에 삼성물산에 관련 질의를 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고, 이런 동향조차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한다. 엘리엇의 공격 뒤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난 5일 삼성물산의 최치훈 사장이 홍콩에서 엘리엇과 성격이 다른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와 만나 요구를 들은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자사주 매각이라는 강수가 동원됨으로써 장기투자자마저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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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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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민단체들의 고발장 남발, 지켜만 보는 검찰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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