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박 대통령 청년실업 걱정에 진정성 느껴지지 않는 이유
“당신들의 대변자가 되겠다.”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이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점 노동자의 최저시급을 15달러(약 1만6700원)로 올려주겠다며 소매를 걷었다. “시간당 7.75달러로는 못 살겠다”며 맥도날드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한 노동자들에게 지지 의사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한국에서도 알바노조가 맥도날드의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라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두 나라에서 큰 사회문제가 된 청년실업을 놓고 양국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해결을 약속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청년들의 고통에 깊게 공감하는 듯한 언행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 검찰과 경찰은 맥도날드의 시급 인상을 앞장서 요구해온 알바노조에 ‘쇠고랑’을 채우려고 한다. 지난달 3일 기각된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의 구속영장이 재청구돼 15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앞서 영장 기각 때 법원은 한 차례 20여분간 매장을 점거한 것에 대해 구 위원장이 사실관계를 인정했고 주거도 일정하다며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검경은 이번에는 13차례 집회·시위로 주거침입과 업무방해죄를 범했다며 ‘피의사실’을 보강했다.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앞서 기각 때와 다른 이유를 덧붙여야 하는 검찰의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검찰은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를 설명하면서 한국맥도날드가 ‘2014 대한민국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나 ‘2015 한국 최고의 직장’ 중 하나라고 내세웠다. 영장을 받아내려고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까지 거론한 것이다. 더욱이 한 외국계 컨설팅업체가 10곳을 선정하는 ‘한국 최고의 직장’은 모든 업체가 아니라 신청한 업체만 대상으로 하는데다 주로 외국계 기업들이 선정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의 직장’은 시급 1만원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겐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대학 시절부터 데모하다 전투경찰로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 이후 장애인교육권연대 조직국장,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정부와 국회를 어떻게 쪼아야 제도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 학습했다”는 점까지 덧붙였다. 어떻게든 ‘노조는 잡아야만 한다’는 공안적 의도가 엿보인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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