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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30 19:35 수정 : 2015.04.30 21:30

현장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무원이 노골적으로 뒷돈을 챙겨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려면 직무 관련 대가성이 입증돼야 한다. 금품이 아닌 술접대나 ‘성접대’를 받으면 혐의 입증은 더욱 어려워진다. ‘선후배끼리, 친한 사람들끼리 오랜만에 술 좀 마셨다’ ‘돈은 각자 나눠 냈다’고 주장하며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수사력과 의지가 있으면 이를 돌파할 우회로는 있다. 편의를 봐주고 나중에 그 대가를 챙긴 것으로 보는 ‘사후수뢰죄’나 대가관계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포괄적 뇌물’ 혐의 등으로 공직자의 비리를 잡아낸 경우는 많다.

경찰이 두 달 가까이 수사해온 국세청·감사원 간부들의 성매매 사건 수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강력한 사정권한을 가진 두 기관은 그 권한만큼 소속 직원들의 수뢰 사건 역시 빈번하다. 세무조사나 공기업 감사와 관련한 청탁과 금품·향응 수수가 잦은 탓이다.

경찰은 국세청·감사원과 업무 관련성이 큰 대형 회계법인 임원, 공기업 직원이 동석한 자리에서 수백만원어치의 술접대와 성매매 비용이 지불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대가성이 없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면죄부를 줬다. “임원이 회삿돈이 아닌 개인 돈으로 지불했다” “각자 현금으로 나눠 냈다고 한다”는 것이 뇌물수수죄를 묻지 않은 이유다. 앞으로는 뒷돈을 건네고도 개인 돈을 썼다고 하면 뇌물죄를 면할 수 있는 것이냐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법하다.

첫 경찰대 출신 경찰 총수인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안에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를 매듭짓겠다” “경찰은 1차 수사기관, 검찰은 2차 보완적 수사기관으로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처리를 보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조차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잡아놓고 보니 힘센 기관이라 경찰이 어쩔 줄 몰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승훈 기자
경찰은 세월호 추모집회·시위 참여자들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겠다며 수십대의 시시티브이(CCTV) 녹화영상을 이 잡듯 돌려보고, 채증자료와 비교한다며 영장도 없이 시민의 집 옷장까지도 꼼꼼하게 뒤졌다.

이런 차이가 수사력이 모자라서인지 의지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둘 다에 해당하는지는 경찰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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