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3 19:32
수정 : 2014.11.13 21:13
현장에서
“하루에 전화를 100통 넘게 받는 것 같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FTA) 상품과 관계자는 탄식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타결이 10일 선언된 뒤 언론뿐 아니라 숱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 수출입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나라로, 협정이 가져올 변화의 파고에 수많은 제조·농수산업계 종사자들의 생존이 걸려 있는 탓이다. 실제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12일 한-중 협정에 대한 평가를 두고 “외형적으로는 개방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보다는 낮지만 (실질적으로는)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며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무역) 금액이 다른 나라에서는 전체 무역액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정이 우리 국민의 경제와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장관도 명백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협정과 관련해 실질적 타결 선언에 이르기까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타결 선언 이후에도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질은 형편없다. 통상관료의 성과를 포장하는 데 유리한 정보는 크게 떠들고, 비판이나 논란이 클 것 같은 정보는 묻어두고 있다가 언론의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찔끔찔끔 공개하는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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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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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 등 상품분야에서 품목 가짓수는 국제통일상품분류체계(HS) 코드에 따라 우리나라는 1만2000여개, 중국은 80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산업부가 타결 첫날 공개한 양허표에는 우리 쪽 개방 품목 40여개, 중국 쪽 개방 품목 30여개가 전부였다. 비판이 빗발치자 11일 슬그머니 공산품 등의 정보를 추가 공개했지만 여전히 전체의 1%나 될까 싶기는 마찬가지다. 협상 막바지 고비였던 원산지 기준(PSR) 쟁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산업부는 타결 뒤 “일률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우리 의사를 많이 관철시켰다”고만 대응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12일 추가 정보를 공개했다. 언론에 정보를 공개하는 범위나 방식이 이런 식이니, 결국 답답한 국민들이 직접 산업부 전화통에 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산업부 쪽은 “상품분야 관세 감축률과 감축 시기에 대한 합의를 마쳤지만 수많은 품목에 대한 복잡한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이라 연말 가서명 이전까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검증이 되는 대로 설명회도 열고, 전화 응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다. 타결 선언으로 정상외교 성과를 요란하게 과시했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국민에게는 ‘설익은 결과물’을 찔끔 보여주곤 마냥 기다리라고만 하는 셈이다. 앞으로 정부는 가서명 뒤 대국민 홍보와 국회 비준의 산을 넘어야 한다. 밀실협상 뒤 설익은 발표와 불투명한 대응은 추후 사회적 갈등의 폭발력만 크게 키울 뿐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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