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1) <디어 마이 프렌즈>와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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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종영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티브이엔)에서 지난 10년 새로운 서사구조를 실험하며 젊은이들로 가득한 트렌디한 세계에만 머무르던 노희경 작가는 그가 초기작에서 들여다봤던 부모 세대를 다시 찾아가 그들의 노년을 그려냈다. 부모 세대로 다시 돌아간 노희경 작가의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희경 월드’를 완성시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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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군상 복잡한 심리 묘사한
1990년대의 초기작풍 벗어나
10년간 격렬한 실험 매달려 가볍고 직설적으로 사랑 그려낸
<굿바이, 솔로>가 중요한 분기점
부모 세대로 돌아간 <디어 마이~>
노희경 월드 서사구조 다시 만나 그런 그가 데뷔 11년을 맞이했던 2006년 한국방송 <굿바이, 솔로>를 쓰던 무렵부터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극 안에 미스터리 구조와 반전을 넣고, 여러 주인공의 입장에서 사건을 전개하며 다중 스토리라인을 도입했다.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도 사용했던 내레이션을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지금 와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러한 작풍은 당시만 해도 미국 드라마를 위시한 영미권 작품들에서나 찾아볼 법한 스타일이었다. 그때 노희경 작가는 ‘10여년간 한국 드라마 업계가 나를 키웠으니 나도 이제 뭔가 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이러한 변화를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의 나이가 확 내려가며 작품이 발랄해졌다. 물론 노희경 작가가 전작에서 청춘의 삶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청춘은 노희경 작가 자신의 청춘이나 당대의 청춘이 아니라, 70년대 달동네(<내가 사는 이유>)와 이태원(<화려한 시절>)을 배경으로 한 ‘아버지 세대’의 청춘 이야기였다. 한국방송 <바보 같은 사랑>(2000)은 고 박영한 원작 소설 <우묵배미의 사랑>(1989)을 드라마로 다시 만든 것이었고, 한국방송 <거짓말>(1998)이나 문화방송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1999)에서 묘사된 당대의 청춘은 젊되 발랄하다고 이야기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굿바이, 솔로>에서부턴 보다 더 가볍고 직설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제 삶을 둘러싼 온갖 우울을 힘차게 자전거를 지치며 돌파하려는 청춘들이 등장했다. 무엇보다, <거짓말>이나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가 노희경 작가 본인 세대의 청춘 이야기였다면 <굿바이, 솔로>는 그보다 10년은 아래 세대의 이야기였다. 새 술을 담기 위한 새 부대가 필요했던 것이었을까. 여전히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각자 숨기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중심 토대였지만, 새로운 서사 구조를 시도함과 동시에 처음으로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의 삶을 전면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굿바이, 솔로>는 의미심장한 분기점이었다. 그 무렵 창간되었던 대중문화 전문 웹진 <매거진 티(t)>와의 대담에서 노희경 작가가 한 말에서 이런 변화가 필요했던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나는 정말 가볍고 싶었어요. 진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어느 날 내 드라마를 봤는데 사람들이 안 볼 만도 해. 마음이 퍽퍽한 거야.” 그러니 <굿바이, 솔로>에서 보인 변화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고 명징한 작품을 쓰던 작가가 보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을 애타게 갈구한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그 뒤부터 노희경의 작품을 주변에 이야기하는 건 점점 쉬워졌다. 현빈과 송혜교를 내세워 방송국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한국방송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은 낮은 시청률에도 담백한 로맨스와 트렌디한 연출로 그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제이티비시(JTBC) 개국과 함께 선보인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2011)는-안타깝게도 시청률은 여전히 낮았지만-정우성, 한지민, 김범이라는 스타 캐스팅과 김규태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 천사나 시간 회귀와 같은 판타지적 요소를 대놓고 작중에 등장시킨 과감한 시도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노희경의 작품을 초창기부터 따라간 이들에게 그런 변화는 낯선 일이었다. 인물의 상처와 그 치유를 그리는 노희경 월드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것을 내면에 대한 탐구로 그려냈던 초기작들과는 달리 눈에 바로 보이는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외부 갈등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후기작들의 변화는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급기야 과도한 클로즈업과 뮤직비디오 같은 화면 구성으로 윤여정으로부터 “저렇게 얼굴만 클로즈업할 거면 세트는 왜 지었다니”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던 에스비에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나, 마음의 상처를 아예 정신질환의 형태로 정리해 외부로 꺼내어 보여준 에스비에스 <괜찮아, 사랑이야>(2014)에 이르러서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10년 수련 마친 수련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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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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