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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18 19:30 수정 : 2013.07.15 16:27

<어톤먼트>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어톤먼트>(2007, 조 라이트 감독)
<스크린> 20일(일) 오후 5시

세상에 완벽한 각색이라는 게 있긴 할까. 매체의 특성상 원안을 고스란히 다른 매체로 옮겨내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양평동 이씨는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볼 때마다 원작 생각에 작품 몰입에 실패하곤 한다. <호빗>을 보면서 그 짧은 원작을 왜 이렇게 길게 늘렸을까를 생각했고, <레미제라블>은 마리위스가 영화·뮤지컬 판에선 참 후하게 그려졌구나 싶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떤 번안이나 각색도 자의식의 개입 없이 존재할 수 없으니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심지어 남의 이야기를 전할 때조차 발화 당사자의 본의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게 불가능한 존재 아닌가. 비죽 튀어나온 입으로 극장을 나서는 길에, 이씨는 이언 매큐언의 원작 <속죄>를 영화화한 <어톤먼트>를 떠올렸다.

극중 소설가인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오해로 인해 서로를 잃은 연인들 로비와 세실리아에 대한 실명 소설을 쓰는 것으로 평생에 걸친 속죄를 시도한다. 원작이 소설 속 소설의 존재를 통해 ‘글로 세계를 창조하는 절대자로서의 소설가’의 윤리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었다면, <어톤먼트>는 자신이 보고 들은 타인의 행동을 자기 식으로 번안해서 전달하는 과정의 윤리에 대해 말한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원작과는 무관하게 화제가 되었던 장면이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밀려 퇴각하는 영국군들로 즐비한 됭케르크 해변의 지옥도를 찍은 5분간의 롱테이크가 그것이다. 원작이 소설가 브라이오니의 속죄에 방점이 찍힌 작품인 데 비해, 영화 후반부의 무게가 로비의 고난에 몰려 있다는 점을 못내 찜찜하게 여겼던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장면조차 사실 브라이오니의 속죄의 일부인 게 아닐까. 이 이야기는 누구의 시점으로 진행되든 사실 소설가 브라이오니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역사니까. 이 장면을 ‘쓰면서’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로비를 어떤 지옥으로 밀어 넣었는지 고백하기 위해, 5분이란 시간을 할애해 됭케르크의 묵시록적 살풍경을 외면 없이 응시중인 것이다. 영상매체이기에 가능한 어떤 윤리인 셈이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원작에서 노년의 브라이오니는 “결과를 결정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과 같은 존재인 소설가에겐 (소설을 통한) 속죄란 불가능한 일이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속죄를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번안이나 각색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의식의 개입을 제외하고 최초 발화자의 진의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것이겠지. 상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그 깊은 이해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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