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3세인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는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그가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만든 ‘디웰’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이뤄진 다세대주택이다. 2,3층은 주거공간이고, 지하 1층과 1층은 모임과 세미나, 파티 등을 진행하는 개방형 협력공간이다. 정 대표가 앉아 있는 곳은 1층이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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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진순의 열림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
▶ 이진순 언론학 박사. 희망제작소 부소장. 살림하고 애 키우는 오십대 아줌마이자 공부하고 글 쓰는 열혈시민이다. 미국 올드도미니언대학 조교수로 인터넷 기반의 시민운동을 강의하다가 사직하고 귀국해 시민운동 현장에 합류했다. 경험과 논리에 갇히지 않고 즐겁게 소통하고 진화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열린 사람들과의 어울림’(열림)을 격주로 전한다.
30여년 전, 내가 사는 곳엔 공단이 있었다. 지금도 앞뒤 골목으론 작은 규모의 철공소며 인쇄소, 정비업소가 즐비하다. 2014년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은, 대한민국이라는 수직적 갱도를 수평으로 땅 위에 뉘어놓은 것처럼 다채롭고 이질적이다. 한 채에 30~40억짜리 럭셔리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는가 하면, 반지하에서 옥탑방까지 여러 집이 다닥다닥 세 들어 사는 다가구주택도 있다. 그 사이로 고층아파트와 허름한 빌라, 영세규모 공장들과 밥집, 술집이 갈피갈피 뒤섞여 있다. 그 현란한 대비와 묘한 긴장을 헤치고 지상철이 두 갈래로 지난다. 철로를 받친 긴 교각을 따라 빛과 그늘이 갈라진다.
이런 동네 한구석에서 요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숲 옆 골목, 다가구주택이 촘촘한 주택가에 하나둘 이색적인 공간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나미비아와 캄보디아의 공정무역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펜두카’와 ‘스마테리아’, 경북 청송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요리하고 판매하는 ‘소녀방앗간’, 작가들의 작업을 직접 구경할 수 있게 만든 갤러리 ‘핀 프레임’… 아직은 작고 미미한 변화지만, 자고 새면 한층 또렷해지는 어린 단풍잎처럼 밋밋하던 동네 풍경에 선명한 색깔을 입히고 있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이 동네에 대체 무슨 “작전”이 벌어진 걸까 궁금했는데 어느 날 그 작전의 중심에 한 젊은이가 있음을 알았다.
정경선. 28세.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대표.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외아들이다. 그가 성수동에 청년 활동가들을 위한 시설을 세우려 한다는 얘기는 풍문에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가시화될 줄은 몰랐다. 구상한 대로, 뜻한 대로 해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지난 19일 성수동 ‘디웰’(D-Well)에서 그를 만났다. 디웰은 루트임팩트가 사회혁신가들을 위해 만든 공동주거시설이자 커뮤니티공간으로,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한 것이다. 그가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고 후원하는 가게와 문화공간들이 코앞이다.
재벌3세와 엄친아들의 새로운 실험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다. 성수동엔 언제 처음 와봤나?
“올해 초에….”
-이런 시설을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둘러본 건가?
“우리가 ‘임팩트 허브’(업무와 소통을 위한 공유공간)를 운영하면서, 사회혁신가들의 끈끈한 유대를 만드는 데 물리적인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걸 좀더 스케일 있게, 업무뿐 아니라 주거까지 연장된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자 해서 부지를 계속 알아보고 다녔는데, 신림동은 생각보다 너무 비쌌고 문래동, 대학로 부근, 창신동도 보고 다녔다. 성수동은 그중에서 제일 매력적인 동네였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수동의 매력이 뭔가?
“지하철도 두 개나 다니고 강남 접근성도 좋다. 서울숲도 있고. 그리고 굉장히 다양한 매력들이 한꺼번에 지근거리에 분포하고 있는 것도 좋다. 여기는 전형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주거지역인데, 조금 나가면 바글바글한 갈비골목이 있고 또 건너가면 공장과 창고가 가득한 중화학지역이 있고, 고가(철로)와 이런 낡은 공장들, 창고가 약간 흉물스럽게 보이지만, 요즘엔 그걸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운동)이 워낙 많으니까, 이게 다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이더라.”
-이 동네에 공단이 있던 시절의 얘기, 들은 적 있나?
“부동산 아저씨한테 종종 들었다.”
이제 성수공단의 추억은 부동산 아저씨들의 회고담 안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내가 정경선을 만나는 곳 언저리에 예전엔 경마장이 있었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뚝섬유원지가 있었다. 주말이면 성수동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막걸리에 도토리묵 안주를 시켜놓고 수다를 떨었다. 성수동 야학에서 국어와 사회를 가르치던 나는 그때 봉제공장 여공들을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던가. 같이 야학선생을 하던 친구 중 하나는 방학 동안 공장에 취직했다가 네 손가락이 잘렸는데 다행히 봉합수술이 잘돼서 손가락을 살렸다. 지금은 여당 정치인이 되어 있다. 야학 교사 중 또 한 명은 판사가 되었고 또 다른 친구는 울산에 내려가 현대 노동자로 취직했다. 지금은 각자 어떻게들 살고 있는지 연락 끊긴 지 오래지만… 이제 한 세대를 지나 재벌가 3세와 얼굴 해말간 ‘엄친아’들이 이 동네에 들어왔다. 뭔가 새롭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며.
-여기 ‘디-웰’이 무슨 뜻인가?
“처음엔 체인지메이커들의 커뮤니티를 강조해서 옐로나이프로 할까, 이쁜 이름 이런 거 저런 거 고민했는데….”
-옐로나이프가 뭔가?
“오로라를 항상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다. 그런 환상적 공간을 상징하기 위해서 그 이름을 붙일까도 생각했는데, 좀더 직관적으로 여기가 정말 ‘사는 집’이란 걸 표현하자고 해서 드웰(dwell, ‘거주한다’는 뜻)이라고, D가 좋은 단어가 많아서 두 웰(do well), 드림 웰(dream well), 드링크 웰(drink well)…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차원에서 디웰로 지었다.”
디웰은 싱글 청년들에겐 꿈같은 공간이다. 대지 88평, 연면적 148평에 1층은 혼자 또는 여럿이 어울릴 수 있는 개방형 카페로 꾸며졌고 지하엔 대형스크린과 모임 공간이 있다. 2, 3층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입소가 허락된 젊은 사회혁신가 16명이 1인1실, 혹은 2인1실로 거실과 부엌, 욕실을 공유하며 산다. 이들에겐 최소 6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저렴한 임대료만 부담하면서 모든 살림이 완벽하게 갖춰진 공간을 이용할 특전이 주어진다. 30년 전 내 기억 속의 청춘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말쑥하고 경쾌한 분위기, 핫초코에 뿌려진 달달한 마시멜로 향이 난다. 반갑고도 낯설다.
-왜 이런 공동주거시설을 짓게 되었나?
“이 아이디어의 초안은, 2년 전 미국의 카우프먼 재단에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하는 부소장에게서 받은 것이다. 그분 얘기가, 자기네 재단만 해도 연간 수십억 써가면서 기업가정신 교육하는데, 아무리 봐도 기업가정신이라는 건 ‘교육’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발현’되는 거라고, 그걸 하려면 기숙사부터 지으라고 했다. 자기가 한국을 잘 아는데 정말로 사회적 기업가를 지켜주고 싶으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 엄마들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일이라고.”
-(놀라서) 엄마가 제일 문젠가?
“한국 엄마들이 얼마나 열심인지는 유명한데, 그건 모든 기업가정신의 천적이라고. 첫째가 어머니들의 ‘꿈을 꺾는 공세’에서 지켜줘야 하고, 둘째가 내가 미친놈인 것 같아 외로워서 스스로 번아웃(소진)되지 않도록, 비슷한 애들끼리 계속 만나 끊임없이 교류하고 시너지를 내게 하는 주거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그런 얘기가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손자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외아들
그가 구상한 대로, 뜻한 대로
성수동에 사회혁신가들을 위한
공동주거시설 ‘디웰’을 세웠다 사회적 기업 빌딩 신축도 계획
자금은 아버지 자산 등에 의지
실험과 도전은 기업가정신 요체
혁신에 한계 있다는 지적에 동의
“부잣집 도련님 취미” 평가에 아파 ‘차량공유 서비스’에서 북한 관련 단체까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다운타운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토니 셰이를 만난 것도 정경선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온라인 신발매매사이트 자포스(Zappos)의 창업자로 큰돈을 번 토니 셰이는 3억5000만달러를 들여 라스베이거스의 구도심 10만평을 사들이고 지역 소상공인과 벤처, 문화예술인들에게 투자하면서 다시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정경선은 토니 셰이를 만났을 때 딱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선사업인가, 사회적 비즈니스인가, 아니면 일반 비즈니스인가?” 토니 셰이의 답은 명쾌했다. “일반 비즈니스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목적의 비즈니스는 당연히 잘되리라 믿고 그걸 통해 난 돈을 벌고자 한다.” 영리, 비영리 구분 없이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정경선의 믿음을 강화시켜주는 답이었다. 청운중, 경복고를 거쳐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경선은, 현대 계열사와 총수 일가가 공동 출연한 아산나눔재단에서 일을 하다가 2012년 “좀더 자유롭게 일해보고 싶어” 루트임팩트를 설립했다. 함께한 친구들은 대개 좋은 학벌과 스펙을 갖추고 외국어에도 능통한 젊은 엄친아들이다. 루트임팩트의 설립 취지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래서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걸” 사명으로 한다. -앞으로 이 골목이 가게가 성공하고 사람들이 더 많이 찾으면 임대료가 오르고 집주인한테 쫓겨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내가 우려하는 것도 그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가능한 옵션은 우리 취지에 공감하는 투자자들이 최대한 이 지역 건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부동산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이니까 임대료는 크게 욕심내지 않겠다, 자산 가치를 상승시켜주는 사회적 가치를 가진 것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할 사람들을 모으는 것… 아직 그런 투자가가 거의 없긴 하지만.(웃음)” 정경선이라면 그 일을 해낼지도 모른다. 그는 디웰에 이어 성수지역에 연면적 1600평짜리 사회적 기업을 위한 사무용 빌딩을 신축할 계획을 갖고 있다. 루트임팩트가 벌이는 일의 자금은 주로 아버지인 정몽윤씨 개인 자산이나 현대해상 혹은 현대 계열사의 후원에 의지한다. -지금 디웰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이들인가? “다양하다. ‘생생농업유통’(도농직거래) 김가영 대표나 ‘쏘카’(차량공유 서비스) 하는 김지만 대표, 무료 법률자문 하는 소셜벤처 로앤컴퍼니 정대성 이사, 그리고 북한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분이 두 분 있고….” -북한 관련 단체라고 하면? “엔케이에스시(NKSC)라고 ‘북한전략센터’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고….” -북한 민주화 운동을 하는 곳인가? “북한전략센터는 그런 쪽이고, ‘링크’라는 데서 일하는 친구는 탈북한 새터민들 정착지원 업무를 한다.” -북한과 관련해서 사회혁신 쪽 마인드로 접근한다 해도 기존의 통일운동 단체 사람들하고는 거리가 있나 보다. 디웰 안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진짜 다양한 건가? “솔직히… 워낙 사회적 기업 섹터가 방대하다 보니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다. (곰곰 생각하다가) 또 아시잖나. 하는 일에 급급해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접근 못하는 것도 있지만, 역사가 오랜 곳에서 젊은것들이 나타났을 때 ‘아, 얘넨 뭘까?’ 하고 경계심을 놓지 않는 게 아직 있고, 앞으로 5~7년이면 서로 (소통과 교류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스스로 거리를 두려는 건 아닌데, 상대방이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얘기도 들어봤다. 젊은 친구 하나랑 일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쪽 선배분들이 ‘네가 요즘 돈맛이 들었나 보다, 왜 그런 데 끼려고 하냐?’고 질책을 했다고. 내 주변에선 또, 그런 애들이랑 놀지 말라고 하고.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웃음) 위에서부터 막아버리니까.” -제일 마음 아픈 얘기가 뭐였나? “그나마 나는 평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부잣집 도련님 취미다’ 하는 얘기. 나는 취미로 하는 게 절대 아닌데, 근데 부잣집 도련님이란 게 아주 틀린 얘긴 아니니까. 내가 완전히 이쪽 섹터(공익분야)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것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도는 중요하다 -지금은 사회혁신 활동에 올인하고 있지만 재벌로서의 기득권은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현대해상화재보험에 가진 지분이 0.2%에 불과하다고 해도 시가로 치면 56억~57억 가치가 되는데 당신 나이에 이만한 자산을 가진 청년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 -더구나 앞으로 회사 경영을 승계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데, 기업인이 된다면 어떤 기업인이 되겠다는 롤모델이 있나? “최근에 아버지가 엄청난 분이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단기적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의 좋은 회사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분명한 소신을 갖고 계시다. 개인적으로 관심 가지는 또 다른 사례는 ‘한델스방켄’(Handelsbanken)이라고 스웨덴 2위의 은행이다. 요즘 은행들이 전산화하면서 지점들 없애고 에이티엠(ATM)으로 대체하고 그러지 않나. 근데 여기 이 은행은 역으로 ‘무조건 교회 옆에 하나씩 지점을 낸다’고 해서 로컬라이즈(지역화 전략)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동네 사랑방으로서의 은행 지점의 역할을 복원시켰다. 그 전략이 성공해서 은행계의 탈레반으로 불릴 만큼 성장했다.” -은행계의 탈레반!(웃음) “시이오(CEO)가 정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게 많이 있다. 우리는 돈 엄청 많이 벌고 싶지도 않다. 업계 평균만 넘으면 된다. 그리고 수익의 3분의 1을 무조건 전 직원들한테 ‘엔빵’(n분의 1)으로 나눠 성과급으로 제공하는데, 무조건 자사주로 하고 60살이 돼서 현금화할 수 있게 한다. 단기적으로 수익 내는 데 급급한 게 아니라 내가 60살 됐을 때 이 회사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리게 하는 거다.” -주주들이 가만있을까? “설득을 해야겠지. 이게 장기적으로 좋습니다,라고….” -기업가정신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자. 사회혁신 운동을 하는 데서 기업가정신이 중요하다고 자주 얘기되는데, 당신이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뭔가? “잘은 모르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할 때, 그걸 위해 ‘실험’을 하고 ‘도전’을 하는 것, 그게 관건인 것 같다.” 나는 그에게 이한구 교수가 쓴 칼럼 하나를 건넸다. ‘왕회장은 이제 안 나온다’ (2013.10.17 시사저널)라는 제목이었다. 70년대 이후 자수성가로 부자 순위 10위 안에 진입한 경우는 한 명도 없고, 저성장 시대를 맞아 세습재벌들의 약진만 두드러진다는 주장이다. 정경선은 천천히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지금 같은 재벌 독과점과 폐쇄적인 원청-하청 구조에서는 건전한 작은 자본이 성장하기 어렵다. 생태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재벌 문제를 놔두고 의미 있는 실험적 아이디어와 작고 사랑스런 실천만 얘기하는 건 너무 피상적인 것 아닐까? “(잠시 침묵) 지금처럼 부의 집중이 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새로운 것이 생겨날 수 있을까. 게임회사처럼 새로운 산업군이 아닌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부의 편중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이게 단순히 부의 편중에서 끝나지 않고 행정적 법적으로 영향력을 독점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혁신이 한계를 가진다는 말에 동의를 한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작은 시도들이 중요하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SK)가 전 사를 사회적 기업화하겠다고 그러고 있는데, 만약에 그런 시도가 진짜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지디피(GDP)의 5%가 통째로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 아닌가.”
이진순 언론학 박사·희망제작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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