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 블루칩 김선형이 29일 경기도 용인 에스케이(SK) 훈련장에서 농구공을 들고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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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스타ㅣ SK 선두 견인차 포인트가드 김선형
입술 근처에 멍이 들었다. 사진에 나오면 보정 작업을 해주겠다니 “비비(잡티 감추는 크림) 바르면 안 보인다”며 괜찮다고 한다. 숙소 방이 궁금하다니 “지저분해서 안 된다”고 단박에 거절한다. 돌려 말하거나 주저하는 법이 없다. 장기인 속공처럼 직선적이고 거침없다. 해맑게 웃어 미워할 수도 없다. 실력은 올 시즌 기록이 입증한다. 전 경기 출장해 30분 이상 활약하며 평균 12득점을 해낸다. 시야와 결정력, 개인기까지 갖춘 최고의 야전 사령관으로 팀 선두를 이끄는 공격형 포인트가드 김선형(SK·24)을 29일 경기도 용인 체육관에서 만났다.
■ 팬 사로잡는 속공의 귀재 연봉 1억7000만원의 프로 2년차 김선형이 공을 잡으면 안방인 잠실학생체육관엔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진다. 화끈한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7일 케이지시(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1분 사이 연속 3개의 속공을 연결시켜 화제를 모았다. 공격 전개의 시발점인 김선형은 “안정권에서 3점슛을 던지는 것보다 골밑 돌파나 속공 등 현란한 플레이가 좋다”고 한다. 확실한 순간을 기다려 볼을 주야장천 돌리지 않는다. “중학교 때는 아무것도 안 하고 코너에 있다가 슛만 쐈어요. 고등학교 때 돌파에 눈을 떴는데 한두명 제치는 것에 희열을 느껴요. 속공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3점슛보다 박진감 넘치고 짜릿해요.”
1분새 연속 3개 속공 연결“3점슛보다 더 짜릿해요”
‘댄스 파티’ 팬서비스도 화끈
늦은 밤까지 훈련 ‘연습벌레’ 자칫 개인플레이로 치우칠까 우려도 나오지만 걱정 말라는 투다. “지난 시즌엔 팬들의 함성에 단독 플레이 욕심도 부렸지만, 올해는 여유를 갖고 더 정확한 기회가 있는 선수에게 패스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평균 3.5개였던 어시스트(도움)가 4.2개로 늘었어요.” 스스로 볼을 갖고 찬스를 만들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것도 그의 장기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올스타 투표 1위를 차지한 비결은 “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솔직함”이다. “운동선수들이 주로 신비주의를 내세우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잖아요. 전 먼저 다가가고 많은 걸 보여주려고 노력하니까 좋게 봐주는 것 같아요.” 지난 27일 올스타전에서는 이틀간 연습해 아이돌 그룹 빅뱅의 춤을 췄고, 팬들과 댄스파티도 여는 등 팬서비스도 확실하다. “작년보다 더 많이 알아봐 주고, 버스 못 타게 잡고, 소리 질러주는 게 기분 좋다”며 인기를 즐길 줄도 안다. ■ 연습 없는 천재는 없다 김선형은 빠른 속도로 이동하며 좌우 전환을 할 때 균형감이 뛰어나다. 몸이 유연하고 탄력이 좋고, 순간 판단력과 창조성도 좋다. 그는 “속공을 득점으로 연결시킬 때 다 잘해놓고 마지막에 레이업 성공 못 시키면 ‘말짱 도루묵’인데 레이업이 잘 들어가는 것도 다행”이라며 웃었다. 빠르게 코트를 휘저을 때 에너지 소모량은 “400m 한바퀴를 전력으로 뛴 느낌이 들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연습벌레’인 김선형은 “혼자 선수들을 제치는 상황을 상상하며 스피드를 올리는 훈련”까지 하고 있다. 문경은 감독은 “늦은 밤 훈련장에서 공 소리가 나서 들여다보면 늘 선형이였다”고 칭찬했다. “고등학교 때는 미국프로농구 영상을 보며 스텝이나 비하인드 백패스 등 새로운 기술을 따라 했어요. 반복 연습을 하니 몸에 익숙해졌고 실전에서 해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갔죠.” 문 감독은 “선배들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맞상대해야 하는 선수가 골을 넣으면 자존심이 상해 복수를 해야 하고, 20점 차로 이기고 있어도 상대편이 3점슛을 넣으면 불안해할 정도로 승부욕도 강하다. 외국인 선수 코트니 심스가 (트레이드되어) 팀에 왔을 땐 기선 제압하려고 1m87의 키로 덩크슛을 꽂았단다.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심스가 ‘크레이지 맨’이라고 놀리더라고요.(웃음)” 이기면 흥분이 가시지 않아 잠이 안 오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작한 농구는 아직도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지금껏 농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요. 늘 즐거웠어요. 그래서 슬럼프가 온다면 남들보다 두세배 힘들 거예요. 하지만 전 이겨낼 자신 있어요.” 코트의 ‘신세대 괴물’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용인/글·사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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