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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8 19:31 수정 : 2012.11.20 16:05

최향남(41·기아)

별별 스타 ㅣ 돌아온 풍운아 최향남
최고 구속 135㎞ 느리지만
간결하고 빠른 투구로 승부
1군 올라온 뒤 특급소방수로
22년차 선수 “야구 어렵다”

뭐랄까, 좀더 들떠 있을 줄 알았다. “최근의 호투가 기뻐요” 정도의 소감은 내뱉을 줄 알았다. “결과에 동요하지 않아요. 마음이 흔들리면 다음 경기에 지장을 주니까. 오히려 생활 속에서 안정을 찾을 때 기뻐요. 예를 들어 거울을 봤는데 눈매가 선해 보일 때? 최근의 제 상태를 말해주니까요.” 예상 밖의 냉정함에 허를 찔렸다.

‘돌아온 풍운아’ 최향남(41·기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2011년 시즌 중반 롯데에서 퇴출된 뒤 11개월 만의 복귀.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지난달 5일 친정팀 기아 2군에 합류해 12일 만에 1군 소방수로 등판했다. 18일 현재 9이닝 동안 탈삼진 10개, 피안타율 0.242, 2실점. 마무리 솜씨가 제법이다.

13일 대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최향남은 거침이 없었다. “생각보다 일찍 1군에 올라왔다. 감독(선동열)님이 나를 적시적소에 쓰는 것 같다. 나는 재미있고 화려한 걸 좋아하는데, 어떤 포지션을 줘야 빛을 발하는지 아는 것 같다. 나이가 있다고 천천히 출전시켰거나, 고만고만한 선수이니 패전처리만 해줘도 고맙다고 생각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강단과 신뢰는 상승효과를 내는 모양이다. 지난 8일 넥센전에서 타자 3명을 모두 삼진처리하며 7분 만에 경기를 끝냈다. 최고 구속은 135㎞. 최향남의 느린 공에 타자들은 맥을 못 췄다. 팔을 머리 뒤로 끌어올려 공을 감추고 던지는 투구폼 때문에 구질을 읽기 어렵다. 34살 늦은 나이에 미국 진출 준비를 하면서 여러번 투구폼을 바꿨는데, 예전보다 훨씬 간결해지고 빨라졌다. “빠른 공 투수들은 공 하나면 다 되는 줄 알죠. 그런데 타자를 상대할 다양한 요령을 터득해야 해요. 공이 느린 선수들은 느리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다른 방법을 터득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그는 자신의 폼, 몸, 그날의 컨디션에 따른 투구 스타일 등 타자가 아닌 자신을 연구해왔다고 한다.

최향남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투구하는 승부사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곧바로 승부를 건다. 그래서 재미있다. 기아 팬이 아니어도 최향남을 응원하는 이가 많다. “몇 세이브를 하겠다는 것보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요.” 삼진보다 범타 처리를 좋아한다. “삼진 잡으려면 공을 5개 이상은 던져야 하는데 3구 안에 휘두르면 타자가 초구에 죽을 수도 있어요. 공을 8개만 던지고 5분 안에 한 이닝을 끝낼 수도 있어요.”

마이너리그인 트리플에이(A)에서 큰 타자를 상대해온 배짱이 있다. 한국 나이로 36살이던 2006년 클리블랜드 트리플에이 8승5패, 2009년 엘에이(LA) 다저스 트리플에이 9승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꿈의 무대에는 서지 못했다. “사람들은 늦은 나이에 미국에 진출하는 걸 이상하게 봤죠.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충분히 잘할 자신이 있었고 또 잘했다고 생각해요. 메이저리그는 못 밟았지만 유망주들을 상대하면서 배운 것들이 지금 제가 마운드에 설 수 있게 했어요.”

최향남은 1990년 해태(현 기아)에 입단해 1997년 엘지(LG)로 이적했다. ‘야구 인생의 전성기’였던 1998년 12승을 거두었다. 최고의 시간은 다시 올까. 그런데 프로 22년의 베테랑은 “아직도 야구가 어렵다”고 한다. “요즘은 친구도 안 만나고 좋아하는 골프도 안 쳐요. 1이닝만 처리하고 와도 지치거든요. 쉴 땐 침대에 누워 있고 웨이트 훈련도 다음날 무리가 와서 못해요. 노장은 노장이죠. 지금은 마음을 조절하고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게 가장 큰 연습 같아요.”

“운이 좋았던” 전반기가 끝났다. 후반기엔 어떤 모습일까. “선발 욕심은 있지만 지금은 1이닝이 맞다고 생각해요. 아! 이대로만 한다면 정말 멋진 시즌이 될 텐데.”

대구/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기아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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