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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8 19:47 수정 : 2012.11.20 10:20

곽윤기가 지난 14일 서울 태릉실내빙상장에서 훈련을 시작하기 앞서 장비를 챙겨 들고 아이스링크 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별별스타] 쇼트트랙 ‘짬짜미’서 ‘우승자’ 복귀 곽윤기

낙천적 사고로 징계부담 극복
‘설전’ 이정수와 옛일도 털어내
“부모님·코치님 덕에 다시 섰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곁눈질을 했다. 아무도 없었다. “와우!” 고개를 번쩍 들어 소리쳤다. 멀리 관중석의 태극기가 보였다가 사라졌다. 금세 머릿속이 하얘졌다. 백지장이 돼버린 머릿속으로 숨죽였던, 숨어 지냈던 ‘그날’ 이후가 스쳤다. 그래서 더 또렷했다. 아팠던 기억이 있었던가? 링크를 한바뀌 더 돌았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응어리가 스르르 풀렸다.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2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날 남자 3000m 슈퍼파이널 모습이었다. 곽윤기(23·서울일반)가 1위로 들어왔다. 재작년 이맘 때 대표선수 선발 ‘짬짜미 파문’으로 6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뒤 복귀해 마침내 처음 세계대회 개인종합 정상에 오른 순간이었다. 그를 지난 14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났다.

-첫 세계정상이다. 힘든 시기를 딛고 올라선 자리이기에 더 남다를 것 같다.

“그냥 마음이 너무 편하다. 올해는 대표선발전을 안 나가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세계선수권대회 종합우승 선수에겐 국가대표 선발전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평소 때와 레이스가 달랐나?

“원래 과감한 레이스를 즐긴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다 이때다 싶으면 치고 나가서 승부를 뒤집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날은 처음부터 맨 앞에서 레이스를 이끌었다. 욕심을 부린 건데, 결과적으로 성적이 좋아 다행이었지만 사실 운이 좀 따랐던 것 같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올랐나?

“그냥 머리가 하얘졌다. 맥도 풀리고.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징계 받았을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이 생각났다.”

-누구의 도움이 컸나?

“부모님과 송재근 코치, 친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시 트랙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단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곁에서 끝까지 아들을 믿어줬다. 송 코치는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후배들과 같이 훈련을 할 때면 늘 내 칭찬을 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도 큰 힘이 됐다. 운동 얘기는 일체 하지 않고 옆에서 그냥 편하게 놀아준 친구들이다.”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매스컴에 비치는 이미지대로 내가 원래 낙천적이다. 징계를 받고 나서도 사람 만나면 항상 먼저 말을 걸고, 아무렇지 않은 듯 애를 썼다. 그런 마음가짐이 위기를 기회로 돌려세운 것 같다.”

-이제 예전의 끼가 넘쳤던 곽윤기로 돌아오는 건가?

“그게 어디 가겠나. 하하. 원래 끼라는 게 억지로 만들려고 해도 안 되듯, 반대로 있는 끼를 일부러 죽이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더라. 그럴수록 없어지는 게 아니라 꾹꾹 눌려 있다가 어느 순간에 더 크게 폭발해 나오더라. 그동안 끼를 발산하지 못해 힘들었다. 이제 마음껏 끼를 꺼내볼 생각이다.”

-끼 때문에 손해본 것도 있을 것 같다.

“(짬짜미) 사건이 터지고 나서 일부 누리꾼들이 그걸 트집 잡았다. 밴쿠버 겨울올림픽 시상식에서 춤을 추고 머리 스타일도 특이하게 하고 다녔더니 ‘그것 봐라, 그렇게 설치고 다니더니 일낼 줄 알았다’는 식으로 보더라. 낙천적인 나도 한동안 충격에 빠졌었다.”

-힘든 일을 겪고 난 뒤 얻은 교훈이 있다면?

“더 성숙해지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스케이트도 더 절실하게 타면서 실력도 늘었다.”

-같이 징계를 받은 이정수(21·단국대)와 이번에 함께 대회에 나섰는데.

“옛일은 전부 털어버리고 이제는 서로 잘하는 모습은 칭찬해주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격려해준다.”

-대표팀에서 노진규 등 어린 선수들과 경쟁한다. 힘들지 않나?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당해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쇼트트랙은 체력 못지않게 레이싱 기술도 중요하다. 체력에서 뒤처지는 부분이 있다면 기술로 보완해야 한다. 그만큼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다.”

-아직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정말 떳떳하게 시상대 맨 위에서 다시 한번 춤을 춰 보고 싶다.” 김연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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