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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14 17:47 수정 : 2012.11.15 16:26

인스턴트 원두커피. 왼쪽부터 비아, 카누, 루카, 칸타타, 비니스트25, 마노. 커피가루와 시음 전용컵에 담긴 커피.

[매거진 esc] 요리
박미향 기자의 ‘맛 대 맛’ ⑦
스타벅스 ‘비아’ 동서식품 ‘카누’ 롯데칠성음료 ‘칸타타’ 남양유업 ‘루카’ 이디야커피 ‘비니스트25’ 카페베네 ‘마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 카누” ‘커피프린스 1호점’의 왕자, 공유가 속삭이는 광고부터 ‘오작교 형제들’의 환상커플 주원과 유이가 “원두가루는 흔적을 남긴다” 외치는 광고까지, 지금 인스턴트 원두커피(스틱원두커피) 시장은 뜨겁다. 음료회사부터 커피전문점까지 6개 업체가 같은 종류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비아’, 동서식품의 ‘카누’,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 남양유업의 ‘루카’, 이디야커피의 ‘비니스트25’, 카페베네의 ‘마노’다.

인스턴트 원두커피는 기존의 인스턴트커피에 분쇄한 원두커피가루를 섞어 만든 커피다. 동서식품 쪽 설명을 들어보면 국내 커피시장은 원두커피가 8%, 커피음료가 15%, 인스턴트커피가 77%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스턴트커피는 제자리걸음이지만 원두커피는 꾸준히 상승세다.

6개 업체의 맛의 차이는 있을까? 전문가 2명, 믹스커피 마니아 1명과 함께 맛 비교 시음을 했다. ‘허형만커피스쿨’ 대표 허형만(55), ‘커피명가’ 실장 신은경(40), 최수연(32·숙명여대 박사과정)씨가 흔쾌히 나섰다. 허형만 대표는 18년간 커피회사 근무, 커피전문점 10년 운영 등 30여년 경력의 전문성을 갖춘 커피업계 유명인사다. 신은경씨는 1990년에 출발한 커피전문회사 커피명가에서 2년간 일했다. 최수연씨는 믹스커피도 좋아하는 커피마니아다. 시음용 제품은 일반소비자들 접근이 용이한 지하철 역 주변이나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 매장, 대형마트에서 구입했다. 매장 점원에게 브랜드별로 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는 것을 추천받았다. ‘카누 콜롬비아 블렌드 마일드 로스트 아메리카노’(동서식품. 1.6g 10개. 권장소비자가 3250원), ‘비니스트25 아메리카노 오리지널’(이디야커피. 2.0g 10개. 매장가 4800원), ‘마노 디 베네 마일드 아메리카노’(카페베네. 2.7g 10개. 매장가 3900원), ‘비아 콜롬비아 미디엄 로스트’(스타벅스. 2.3g 12개. 매장가 1만2800원), ‘루카 마일드 아메리카노’(남양유업. 1.5g 10개. 권장소비자가 3300원), ‘칸타타 아메리카노 블랙’(롯데칠성음료. 2.0g 10개. 권장소비자가 3200원).

허형만씨가 흰 종이에 알갱이들을 뿌린다. 같은 인스턴트 원두커피지만 알갱이의 크기는 제품마다 확연히 다르다. 허씨가 손으로 가루를 만져보는 동안 최수연씨가 말문을 연다.

최수연(이하 최) 제 주변 믹스커피 좋아하는 친구들은 비아와 카누 많이 마셔요.

허형만(이하 허) 시음할 때는 아주 진하게 합니다. 진하게 시음할수록 결점이 있는지 없는지, 어떤 것이 맛있는지 분별하기 쉬워요.

기자 비아부터 마셔볼까요?

제품마다 다른 외관이 재미있죠. 동결건조 커피냐, 분무건조 커피냐에 따라 다르죠. 카누와 루카는 동결건조 커피입니다. 알갱이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죠. 볶는 정도가 강한 강배전일수록 색이 진해요.

인스턴트커피는 제조 방식이 2가지다. 동결건조(FD방식·freeze drying)와 분무건조(SD방식·spray drying). 전자는 커피축출액을 동결시킨 후 압력을 낮추고 얼음을 승화시켜 수분을 제거하는 건조 방식이다. 후자는 커피추출액을 열풍 속에 분무해 미세한 물방울 상태로 공기 중에 건조시키는 방법이다. 동결건조 커피가 입자가 더 굵고 생산비가 더 든다. 현재 국내에서 동서식품과 한국네슬레 정도만 자체시설을 갖추고 있다.

카누는 자체 생산설비에서, 루카는 외국의 제휴공장 동결건조설비에서 만든다고 한다. 마노, 비니스트, 칸타타는 분무건조방식이다. 비아를 생산하는 스타벅스는 “기존의 동결 혹은 분무 방식과 다른 건조 방식”이라며 정확한 방식은 공개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성분을 보면 대부분 인스턴트커피가 90% 이상입니다. 볶은 원두커피를 미세분쇄해 5% 정도 섞고 인스턴트 원두커피라 부르는 거죠.

칸타타는 원두커피가루가 10%, 루카는 7%, 마노는 5%, 카누는 5%, 비니스트25도 5%, 비아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스타벅스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색이 눈에 띄죠. 다크 로스팅한 비아는 아주 진해요. 강배전이에요.

처음 나온 다크 로스팅된 비아가 우리들(마니아) 사이에서는 평이 안 좋았어요. 지금은 미디엄 로스팅 커피도 나왔죠.

신은경(이하 신) 강배전하면 바디감이 잘 표현되죠. 비아는 신맛, 짠맛도 아주 약간 느껴져요. 단맛의 부드러움은 거의 없지만 중후한 바디감이 있어요.

커피전문점과 기업
인스턴트 원두커피 시장
뛰어들며 경쟁 치열

허형만씨는 커피를 마시고 남은 찌꺼기에 맑은 물을 부어 남은 알갱이를 확인한다.

원두커피가루의 분쇄 정도를 본 겁니다. 물을 부으면 굵기가 보이죠. 미세분쇄일수록, 남은 알갱이가 거의 안 보일수록 고급 기술이죠.

기자 카누 맛을 볼까요?

신맛이 경쾌하게 살아있어요. 인스턴트커피이기에 아로마나 향 등은 일반 원두커피에 비해 떨어지지만 깔끔한 편인 거 같아요. 단맛은 없으나 조화롭네요.

카누는 약간 산미가 있어요. 스틱커피 먹는 일반인들은 그냥 술술 마실 수 있는 걸 좋아해요. 산미가 제 취향은 아니라서 카누는 잘 안 마셔요. 아로마가 너무 적은 느낌이네요.

(찌꺼기 확인하고) 비아보다 카누가 더 굵죠. 동결건조방식은 향 소실이 훨씬 적죠. 냉동건조 시설비는 분무건조방식보다 3~4배 들어요. 인스턴트커피의 단점은 원두커피에 비해 향이 부족하고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는거죠. 개운한 맛은 추출 수율(추출 시 같은 양의 원두로 뽑아내는 커피 양. 저수율일수록 고급. 분무건조방식이라도 저수율이면 질 좋은 맛을 낼 수 있다)을 낮추는 방법밖에 없어요. 경제성이 없죠. 결국 원두커피가루로 보완하는 거죠.

기자 루카로 가볼까요?

루카 포장지에 120도 저온추출이라고 적혀 있어요. 핸드 드립 추출할 때 98도 정도에서 하잖아요. 왜 120도 추출이 저온이죠?

인스턴트커피 추출할 때 평균 추출온도가 180도로 올라갑니다. 120도는 상대적으로 저온이죠. 마시면 훨씬 더 부드러울 겁니다.

‘-196도 마이크로그라인드’라고 적혀 있네요.

원두를 분쇄할 때 주변의 온도를 영하 196도로 했다는 소리죠. 향 손실이 적죠. 향은 온도가 높으면 금방 날아가요.

기자 인스턴트커피 부분의 재료는 브라질 아라비카 원두 100%라고 합니다.

기술력에 비해 맛은 개선의 여지가 있네요.

인스턴트커피가 아니라 섞은 원두가루의 볶는 기술에 약간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원두가루 입자도 다소 굵네요. 균질하지도 않고요. 혓바닥 전체가 떫어요.

남양유업은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전남 나주에 2000억원을 투자해 커피전용공장을 짓고 있다. 순수토종 커피회사로 중국 등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다국적 회사인 크래프트푸드와 합작회사다.

허형만씨가 커피 시음 전용숟가락으로 맛을 보고 있다.
비아 중후한 바디감
카누 경쾌한 신맛 살아있어
비니스트25 균형감 돋보이네
향은 모든 제품 다 아쉬워

칸타타는 대표적인 ‘열 받은 맛’이네요. 인스턴트커피 만들 때 너무 열을 받은 거 같아요. 칸타타는 분쇄기술이 썩 좋아 보이지 않네요.

기자 100% 아라비카 커피로 추출하고 -196도 초저온에서 분쇄했다고 알려왔어요.

광고를 많이 봤는데 왠지 카누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느낌이에요.

기자 비니스트25 마셔봅시다.

브라질 커피 맛이 느껴지네요. 바디감이 괜찮아요. 균형도 잡혔고. 묵직한 단맛도 있고 중후한 맛도 있어요. 신맛도 도드라지고.

인스턴트커피라는 느낌이 잘 안 드네요. 하지만 향은 역시 살지 않네요. 비니스트25의 분쇄기술은 카누나 비아보다는 떨어지지만 칸타타나 루카보다는 낫네요. 맛도 나쁘지 않네요.

비니스트25는 묵직한 커피를 마신 거 같고 카누는 상큼하고 시원한 느낌이에요.

사실 원두커피 향 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신맛은 식으면 더 나타나죠. 좋은 커피는 식어도 맛있어요. 마노로 마실까요?

기자 인스턴트는 브라질 원두 100%라네요.

녹을 때 기포가 너무 많이 생기네요. 용해도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혀가 떫어요.

떫은 건 안 좋아요. 원두가루는 값비싼 시오이(COE·Cup of Excellence) 커피를 썼네요. 감미료의 단맛 같은 게 느껴져요.

시오이는 중남미 9개국이 원두 점수를 매기고 컵 테스트해서 등수 주는 커피죠.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요리를 잘 못하면 맛이 없어요.

기자 총평을 해주세요.

제 취향은 비아지만 비아나 카누 모두 추천할 만해요. 그다음은 비니스트25네요. 비아는 시즌마다 새로운 게 나와 재미가 있어요.

비니스트25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균형감이 있어요. 구수한 아메리카노 맛이 나요. 비아와 카누는 동점이에요.

카누, 비아, 비니스트25 순서로 좋네요. 카누가 아침의 맛이라면 비아는 저녁의 맛이죠. 아침에 신맛은 몸에 좋다고 하잖아요. 비니스트25는 건조 온도가 좀 높은 게 아닌가 해요. 커피도 음식문화예요. 인스턴트 원두커피라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죠.

원두커피와 가까워지려는 기업의 노력이에요. 소비자가 평가할수록 앞으로 고급화를 더 추구하겠죠. 이런 커피들이 더 맛있어지고 종류가 많아지고 더 좋은 원두를 쓰면 좋겠어요. 1년 후에 나올 제품군이 기대돼요.

인스턴트커피는 정확한 이름이 아닙니다. 솔러블(soluble)커피가 업계에서 쓰는 정확한 말이죠. 가용성을 말하는 겁니다. 결국 기업들도 가야 할 시장은 원두커피죠. 지금보다 원두 함량이 10~20%까지 늘어나야 한다고 봐요.

믹스커피 중에서도 크리머(프림) 들어간 걸 안 좋아해서 카누가 처음 나왔을 때 반가웠어요.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커피가 나오는 게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습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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