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운 ‘화성어선주협회’ 회장이 화성호 배수갑문 안쪽에서 ‘수질이 오염된 화성호 물을 시화호 농사용 물로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화성호 수질 개선을 위한 통선문 추가 개방 등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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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쏙] 애물단지 간척지를 어찌할꼬
갯벌을 메워 땅으로 만드는 간척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자랑스런 단어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국토를 한 뼘이라도 늘려 쌀을 생산하고 어려운 공사를 불굴의 의지로 극복한 간척사업들은 인간 승리와 국토 대개조의 사례로 교과서에 실렸다. 전북 부안 계화도, 경기 시화지구, 충남 서산·대호, 전북 새만금, 영종도 인천공항, 전남 영암지구 등이 갯벌 위에 세워졌다. 간척과 매립 등으로 국내 갯벌 면적은 1987년 3203㎢에서 2005년 2550㎢로 18년 동안 20%가량 줄었다. 정부는 갯벌들을 막아 제방을 쌓았으나 호수 수질이 악화되면서 수질오염 방지에만 연간 수천억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갯벌의 생태적·산업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간척 이전으로 연안·하구의 생태를 복원해 활용하자는 ‘역간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갯벌 복원 대상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국 15개 시·군이 81곳(32.12㎢)을 갯벌로 복원할 것을 희망했다.갯벌 막아 제방 쌓았으나 수질악화
오염방지 예산 투입 매년 수천억에
쌀 남아돌아 ‘증산’ 명분도 퇴색 갯벌의 생태·산업적 가치에 눈떠
전국 15개 시·군 81곳 “복원 희망”
충남도, 연안·하구 생태복원 나서
2016년에 시범사업 지역 선정키로 한국농어촌공사는 2002년 화성호 제방의 끝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했다. 농어촌공사는 주변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바닷물 유통을 막아 화성호 담수화(물속의 염분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작업)를 하려고 하나, 화성시민 등은 ‘제2 시화호화’ 등 수질오염 우려 등을 들어 담수화를 반대하고 있다. 12년째 담수화를 하지 못한 채 물이 썩을 것을 우려해 정부는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을 드나들게 하는 한편 화성호 수질보전대책에만 1475억원을 쏟아부었으나 수질은 더 나빠졌다. 그사이 화성호 상류에 2곳뿐이던 공장은 8068곳으로 늘었다. 방조제를 막은 직후인 2003년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3.1~4.3ppm이었으나 10년 뒤에는 5.7ppm으로 더 나빠졌다.
역간척(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
바닷물 순환 단계를 넘어 기존의 간척지 제방이나 육지로 된 땅을 허문 뒤 간척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놓는 것을 가리킨다. 2008년 당시 국토해양부에서 갯벌 복원 대상지를 조사하면서 역간척이란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간척한 땅을 모두 복원하자는 것이 아니라 일차적으로 더는 간척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나아가 효용성이 떨어진 간척지에 한해 바닷물 유통과 습지 조성, 갯벌 복원 등을 하자는 뜻이다. 대대적인 간척사업을 벌였던 네덜란드는 2001년부터 방조제를 철거하고 갯벌 복원에 들어갔으며, 미국은 ‘연안습지(갯벌) 계획·보호·복원법’을 만들어 2005년부터 복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젠 온갖 오염시설까지…” 화성시·농어민들 부글부글 12년 전에 물막이 공사가 끝나 경기만 일대 최대 갯벌이 간척지로 뒤바뀐 화성호 일대 농어민들과 경기 화성시가 최근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담수화와 각종 오염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27일 “화성호의 물을 시화호 탄도 일대 간척지로 공급하기 위한 도수로 공사 예산을 현재 국회에서 심의중”이라고 밝혔다. 화성호에서 시화호까지 이어질 도수로는 총 16㎞로 모두 306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도수로 공사는 사실상 화성호 담수화를 의미한다. 화성호 주변 간척지에는 각종 연구개발을 빌미로 소와 돼지 등의 집단 사육시설 건립도 계획되어 있다. 경기도의 에코팜랜드(759만㎡) 외에도 말 단지(72㏊)와 반려동물 테마파크(3㏊), 축산단지(28㏊), 한국마사회의 말 조련 단지(90㏊), 수원축협의 한우 번식 우단지(123㏊) 등이 대표적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간척사업의 목적인 농업용지의 필요성이 줄면서 2010년 농림부의 간척사업 토지 이용 다양화에 따라 추진되는 첫 사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궁평리 등 곳곳에 오염시설이 계획되자, 사업 철회와 도수로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찬일 궁평리 어촌계장은 “방조제와 주변 개발 사업들이 궁평리에서 벌어졌지만 정작 주민들은 늘 빠져 있었다. 보상금 1억원을 10년에 걸쳐 나눠주기도 했다. 이제는 온갖 오염원이 들어온다는데 반대할 수밖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화성시도 화성호의 담수화는 ‘제2의 시화호’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며 도수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홍사승 화성시 환경정책과장은 “화성호의 담수화 시기는 2016년 국무총리실 산하 수질보전대책협의회에서 화성호 수질에 대한 중간평가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의 착공은 화성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화성호의 여건이 달라져 담수화 계획이 바뀔 경우 306억원의 국고 낭비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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