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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19 18:05 수정 : 2006.01.17 04:07

벌건 해가 두둥~남북문인 상봉 백두산도 감격 ‘2005 문화마을’ 남북 문인 첫 만남

되돌아 본 2005 문화마을 ② 남북 문인 첫 만남


“백두산 만세!” “민족문학 만세!” “조국통일 만세!”

지난 7월 23일 새벽. 백두산의 북한쪽 봉우리인 장군봉 아래 개활지에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 문인 등 150여 명이 모였다. 천지를 등지고 동쪽 개마고원을 향해 선 문인들은 한여름을 무색케 하는 새벽 산정의 추위를 무릅쓰고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자작시를 낭송하고 소감을 말했으며, 몇몇은 서로를 끌어안고 사뭇 눈물바람을 하기도 했다.

불안과 기대 속에 동쪽 하늘이 부옇게 밝아 오고, 마침내 아득한 운해 너머로 시뻘건 햇덩이가 토해져 나왔다. 문인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한 목소리가 되어 외쳤다. “만세!” “만세!” “만세!”

‘6·15 민족문학인협회’ 2006년 초 출범

웬만해서는 보기 힘들다는 백두산 일출을 뚝딱 요술처럼 목격한 감격이었을까. 60년 가까운 분단의 세월을 넘어 마침내 민족의 영산에서 하나의 마음과 목소리로 어우러졌다는 기쁨이었을까. 그 둘이 분간하기 힘들게 합쳐진 흥분 속에서 문인들은 열에 들뜬 듯 소리쳤을 것이다. “만세!” “만세!” “만세!”라고.

이 날의 행사는 7월 20일부터 25일까지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남북작가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 그리고 해외 동포 문인이 함께한 남북작가대회에서는 △6·15 민족문학인협회 결성 △6·15 통일문학상 제정 △기관지 <통일문학> 발간 등 크게 세 가지 항목이 결정되었다.

대회 정례화 합의 문학의 화해 첫발

이에 따라 남과 북은 지난달 21일 ‘6·15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을 위한 조직위원회’를 각각 구성했다. 남북 양쪽 조직위원회는 애초 해방 60주년이자 6·15 공동선언 5주년인 올해 안에 금강산에서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공식 출범시킬 예정이었으나 시일이 촉박한 탓에 일정을 내년 초로 미루었다.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은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식에는 남과 북 양쪽에서 작가들이 대규모로 참석할 예정인데, 일정 조정상 올해 안에 치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해를 넘기더라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결성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작가대회는 분단 이후 처음 열린 행사였고, 공통의 조직과 매체 등에 관한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실로 막중하다 할 수 있다. 공동선언문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남북 양쪽 문인들은 대회를 정례화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적 통일의 앞날이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선 해를 넘기게 된 ‘6·15 민족문학인협회’ 결성이 당장의 과제라 할 수 있다. 협회가 결성되면 그 틀 안에서 문학상과 잡지 발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대회의 정례화 역시 숱한 변수를 안고 있다. 엄연한 분단 상황 속에서 문인들의 현실적인 힘은 미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과 북 양쪽 문인들이 60년 분단의 질곡을 끊고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는 일에 나섰다는 점만으로도 대회의 의의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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