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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4 18:56 수정 : 2006.05.15 10:27

지난달 13일 서울 봉천동 관악중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학교 도서관이 ‘유혹의 쉼터’ 됐죠”
소파에 앉아 수다도 떨고...
수엽 연계하니 재미 두배

“오늘은 과학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는 광고 문안을 써보는거야.”

지난 달 13일 오후, 서울 봉천동 관악중학교 도서관. 2학년6반의 도서관 활용수업날이다. 담임 교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이 서가로 몰려든다. 책을 뒤적이던 학생들은 한시간 뒤 멋들어진 카피와 그림이 어우러진 광고글을 벽에 붙여놓기 시작했다. 광고문안을 직접 써보는 글쓰기 수업이자, 책을 요약하고 주제를 뽑아내는 능력을 키워주는 책읽기 수업이다. ‘지혜의 샘’으로 이름붙여진 관악중학교의 도서관은 ‘학습지원센터’다.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신문읽기의 혁명〉 등 토론 수업에 쓰이는 책들은 한반 학생이 모두 읽을 수 있도록 30권씩 갖춰져 있고, 100여권의 권장도서는 여러 학생들이 빌려갈 수 있도록 각각 10권 안팎으로 준비돼있다.

도서관은 ‘유혹의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앙증맞은 소파에 앉아있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도 하고, 서가 앞을 서성이며 자유롭게 책을 펴든다. 운동장 계단이나 벤치에 앉아 책읽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학교의 자랑이다.

지금이야 45평 규모에 장서 1만여권, 하루 200여명이 찾아오고 대출이 100여권에 이르는 모범 도서관이지만, 지난해 백화현 교사가 부임했을 때만 해도 “반 폐가 상태”였지만 사서 교사를 두고 도서관을 새로 단장하자 아이들이 찾기 시작했다.

그 뒤 관악중은 도서관 활용수업도 만들었다. 이 수업은 교과서와 관련된 책을 도서관에서 찾아 읽은 뒤 모둠별로 토의하고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수학 수업은 숫자와 문제풀이로 가득한 교과서는 우선 덮어두고 수학의 역사 등 관련 책을 읽는다. 2학년 서유리(14)양은 “수학은 돈계산할 때가 아니면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관련 책을 읽고나니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살아나자 처음에는 만화책과 판타지 소설을 빌려가던 학생들이 인문, 사회과학, 고전문학 등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사고력도 높아졌다. 국어담당 송경영 교사는 “예전에는 토론시간에 10분정도 각자 의견을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었지만 요즘은 2~3시간씩도 모자라 저녁까지 가는 ‘끝장토론’도 곧잘 벌어진다”고 말했다. 글이나 감상문 숙제를 내주면 반쪽을 채우기도 힘들어하던 아이들이 요즘은 두페이지를 훌쩍 넘겨 써온다. 지난해 11월 학생 905명을 대상으로 한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학교수업이 끝난 뒤 책을 읽는다는 응답은 2004년 2.5%에서 7.9%로 높아졌고 한달에 1~2권 책을 읽는다고 답한 학생의 수도 학년 초 54.8%에서 65.9%로 늘었다. ‘책을 읽은 뒤 스스로 요약할 수 있게됐다’는 응답도 전년보다 8% 높게 나왔다.

이 학교 연구주임 김영숙 교사는 “사교육은 공부의 ‘기술’을 가르치지만 책은 공부의 ‘기본’을 가르쳐준다”며 “도서관은 학생과 교사를 교육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중요한 연결고리”라고 강조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도서관 운동은 평등교육!”
관악중 콤비 백화현·송경영 교사
“가난한 아이들에 지적문화 기회”

“도서관 운동은 평등교육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이 책을 발견하고 지적인 문화를 흡수하게 해야 해요. 자극이 있어야 꿈을 꾸고, 꿈을 꿀 때 숨을 쉴 수 있습니다.”

관악중학교의 백화현(46·사진 왼쪽), 송경영(38·오른쪽) 교사는 유명한 ‘학교 도서관 전도사’ 콤비다. 이 둘은 부임하는 학교마다 도서관을 일으켜세우고, 학교 도서관과 관련된 모임을 다니며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백 교사는 1999년 서울 신림동 난곡에 있는 난우중학교에 부임하면서 도서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난곡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한 반에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인 이 학교에서 백 교사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애들이 기초학력이 전혀 없고, 사고력도 바닥이었어요. 왜 그럴까 원인을 찾았더니, 형편이 어려워 집에 책이 있는 아이들이 드물더군요. 책을 읽을 환경이 안 되는 거죠.” 백 교사는 “환경에 따라 아이들의 격차도 말할 수 없이 커져버리고, 결국 빈부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에서라도 문화적이고 지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을 함께하던 송경영 교사와 함께 도서관을 청소하기 시작했고, 교장을 설득해 도서실 예산을 편성했다. “중학교가 마지막 학력이 될 수도 있는 제자들을 위한 일”이었다. 사서교사가 오고 책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한달 통틀어 10여권이 될까말까했던 대출 권수는 서너달 만에 하루 100여권으로 크게 늘었고, 아이들은 꿈이 많아지고 웃음도 많아졌다.

“책은 자기를 단련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지금은 형편이 어려워도 스스로 꿈을 찾아갈 수 있어요.” 난우중학교의 ‘기적’을 경험한 백 교사의 확신이다.

글 최혜정 기자, 사진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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