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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2 09:02 수정 : 2006.05.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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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비교] ④조직관리 방식

삼성 ‘공포의 감사팀’ 임원도 쩔쩔매

현대차, 부하 통해 해임 통보하기도

검찰의 현대차 수사가 시작된 뒤 현대차 쪽은 내부 제보자 색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검찰이 비밀금고의 위치 등을 족집게처럼 알고 덮친 게 내부자의 결정적 제보 덕분이었음을 알고서다. 현대차는 광범위한 탐색작업 끝에 대략 두 사람 정도로 제보자를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문제 고발자와 글로비스 고발자가 각기 따로인 것 같다. 그룹 문제를 제보한 사람은 회사를 나가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아무개 이사이고, 글로비스 비자금 고발자는 재직 당시 횡령 혐의가 적발된 아무개 이사로 파악하고 있다.”(그룹 감사실 간부)” 현대차는 애초 고발자로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반발에 부닥치는 등 제보자 색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고발 사태의 원인을 두고 현대차 안의 많은 사람들은 인사 문제를 꼽는다. 한 퇴직 임원은 “최근 2~3년 동안은 정기 임원 인사보다 수시인사가 더 많았는데, 기아차만 해도 지난해 임원 인사만 10차례 이상 했다”며 “이 과정에서 회사에 악감정을 가진 사람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외국에 출장간 부사장을 해임하면서 부하 직원을 통해 해임 사실을 통보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현대차의 잦은 인사는 내부 역학구조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네 파벌 정도가 각축전을 벌였다고 한다.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일해온 이른바 ‘왕당파’, 정 회장 체제에서 커온 ‘현대차 신진 세력’, 정 회장이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에서 독자경영을 할 때 동고동락한 사람들인 ‘현대정공 출신 구파’, 현대차써비스와 현대정공의 재무와 인사 쪽 간부 출신들인 ‘현대정공 신파’ 등이다. 이 과정에서 견제와 다툼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을 집중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보고서도 정 회장에게 많이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이런 보고를 싫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서를 토대로 나름대로 검증한 뒤 판단을 내리는데, 흥미로운 것은 오히려 견제를 많이 받는 사람을 초고속 승진시키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다. “한번은 한 임원을 상대로 비난성 보고가 빗발쳤는데 정 회장은 ‘알았다’고 한 뒤 오히려 다음날 승진발령을 내버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난 뒤 현대차 안에서는 퇴직자 관리를 소홀히 해 왔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 정세영 회장 때만 해도 임원을 하고 나가면 협력업체 등을 통해 먹고살 수 있게 해줬는데, 지금은 전무 이상 퇴직자에게 고문 자리를 주고 6개월~1년 월급의 70~80%를 주는 정도다.”(현대차 한 임원) 현대차 쪽에서도 회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퇴직 뒤 해코지를 할 것을 염려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받는다. 하지만 이런 각서도 소용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확인됐다.

지난해 초 한 중앙일간지에 삼성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감사팀이 최근 한 간부의 사내 불륜 사실을 제보받고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사용 내역, 사내 전자통신망을 뒤져 증거를 확보한 뒤 퇴사시켰다.”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구조본은 엄청난 불법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구조본은 즉각 “기사는 삼성의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것이었는데, 카드사용 내역 조회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현직 삼성 관계자들은 “구조본은 그 이상의 일도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초 구조본의 경영진단팀(감사팀)이 새벽에 한 계열사 사무실을 급습해 임직원의 서랍과 컴퓨터를 샅샅이 뒤졌다. 한 임원의 서랍에서 젊은 여성들의 이름과 특징을 적은 메모지가 발견됐고, 이 임원은 곧 퇴사당했다.”(전 구조본 직원) “구조본이 삼성건설에 소속된 모든 팀장들을 상대로 감사를 벌인 일이 있다. 3명씩 3개 팀이 나와 한달 정도 감사를 했는데, 팀장들에게는 본인은 물론, 부인의 은행통장까지 모두 제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거래가 있는 은행의 통장은 물론, 다른 은행들에서는 ‘거래가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오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부인 명의의 통장에 출처가 불분명한 300만원이 들어온 팀장이 추궁을 당했다. ‘아내가 친구한테 빌려줬다 받은 것 같다’고 해명하자, ‘여기서 당장 전화로 확인해 볼 수 있느냐’고 다그쳤다.”(전 삼성건설 직원)

‘싱글’이라는 이름의 삼성그룹 전용통신망 관련 업무를 맡았던 한 퇴직자의 말이다. “싱글망을 통해 드나드는 전자우편은 모두 검열이 된다. 감시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제가 될 만한 단어가 들어 있는 것들은 모두 잡아낸다.” 그는 “전자우편을 비롯해 그룹망 안에서 움직이는 모든 정보는 복사돼 과천과 구미에 있는 센터에 축적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싱글’을 통한 원격조정으로 임직원 개개인의 컴퓨터도 들여다볼 수 있어 직원들은 사적인 용도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을 피한다고 한다.

삼성 인사들은 회사가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파악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회사에서 임원들은 물론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직원에게는 휴대전화를 하나씩 지급한다. 어차피 회사 소유 전화이기 때문에 사용내역을 파악할 것으로 생각한다.”(삼성의 한 퇴직자) 카드 사용 내역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한 직원은 “가끔씩 회사에서 ‘삼성카드를 잘 안 쓰던데 애사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삼성을 ‘거대한 감시공화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략기획실이 계열사를 상대로 벌이는 보안감사 때 중점조사 대상은 각종 문서와 파일 등에 ‘전략기획실(구조본)’이나 ‘회장’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지 여부라고 한다. 계열사의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구조본의 승인 아래 이뤄지는데, 혹시 있을지도 모를 뒤탈을 염려해 이런 표현을 빼버리는 것이다.

삼성은 퇴직 임원들에 대해서는 직위별로 일정기간 동안 퇴직 직전 받던 월급을 전액 지급하며 ‘관리’한다. 기간은 상무급은 1년, 전무급은 3년, 부사장급은 5년, 사장급은 10년이다. 2004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는 에버랜드 전직 임원들을 부부 동반으로 외국여행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철저한 내부 감시와 ‘관리’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회사의 약점을 폭로하려는 사람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입막음을 위해 거액의 돈을 준다. 2년여 전 비자금을 폭로하겠다며 시민단체를 찾은 한 퇴직 직원은 회사 쪽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뒤 입을 다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퇴직 임원은 “최근에는 미국에서 비자금을 담당하던 한 직원이 비자금 파일을 들고 멕시코로 건너가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결국 협상 끝에 그가 요구하는 대로 돈을 준 것으로 안다. 그를 해고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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