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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25 21:48 수정 : 2012.05.25 22:34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사퇴를 거부한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들의 당기위 회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출당 불가피” “법적 대응” 맞서
시간 끌면 내부혁신 작업도 차질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 비례대표 퇴진을 둘러싼 통합진보당의 내부 진통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강기갑)는 25일 오후 회의를 열어 사퇴서를 내지 않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을 서울시당 당기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서울시당은 다음주 초 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혁신비대위나 옛당권파는 강대강으로 부딪치고 있다. 강기갑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한쪽 팔을 잘라내는 듯한 선택이 목전에 닥쳐왔다”고 말했다. 출당 조처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과 이들이 속한 옛당권파는 징계 결정이 나더라도 재심 청구, 나아가 법적인 무효 소송까지 한다는 방침이다. 법적 공방을 빼고 당 내부 절차만 하더라도 한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양쪽이 다투는 표면적인 논리는 당내 비례대표 경선의 부정 즉, 민주주의 절차의 훼손 여부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이렇다. 오프라인투표의 경우 투표용지가 뜯기지도 않은 뭉텅이 몰표가 확인됐다. 온라인투표에서는 소스 코드를 관리자 쪽이 수시로 열어보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대리투표를 한 흔적이 있다.

혁신비대위 쪽은 이 정도의 문제점이 드러났으면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 자체를 담보할 수 없기에 당사자들이 비록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후보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본다. 공동대표들의 사퇴에 이어 경선 후보들이 전원 사퇴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옛당권파는 이는 일종의 정치재판이기에 철저한 재조사를 해서 사실관계를 더 확인해야 하며, 후보들의 거취는 그 뒤에 당원 총투표로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이런 의견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징계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혁신비대위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당적을 다시 서울시로 복귀시켜 서울시당에서 징계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두 당선자는 얼마 전 옛당권파가 다수인 경기도로 주민등록지를 옮겼으나, 서울시당은 혁신비대위 쪽에 우호적이다. 혁신비대위는 시간을 끌수록 국민의 신뢰에서 당이 멀어진다는 판단이다.

이들에 대한 징계 여부는 통합진보당의 정책 노선의 재정립 문제와도 깊이 연관돼 있다. 이를 위해 혁신비대위 쪽은 이미 ‘새로나기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석)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새로나기특위는 주요 정책과 노선에 대한 전환을 포함하는 혁신보고서를 다음달 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그동안 옛당권파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모호하게 함으로써 보수 및 공안세력의 ‘종북주의’ 공세를 불러 당의 입지를 좁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원석 새로나기특별위원장이 2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해 침묵해 이데올로기적 공격에 빌미를 준 측면도 있기에 전환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밝힌 대목은 혁신비대위의 이런 인식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에 대한 출당과 노선 전환 등 혁신비대위가 추진하는 작업들이 구상대로 착착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 통합진보당이 출범하면서 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계가 새로 합류해 현재로서는 옛당권파가 고립된 형상이긴 하지만, 아직도 당원 수에서는 옛당권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이들은 혁신비대위 쪽과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6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표대결로 최종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그 경우 자칫 2008년 2월 심상정 당시 비대위원장이 마련했던 혁신이 부결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시 민주노동당 비대위는 북한에 당원명부를 넘겨줬던 최기영 당시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중앙위원 등 당원 2명을 제명하고, 정파등록제 등을 도입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마련했으나, 옛당권파의 반대로 부결됐다. 혁신안 부결로 인해 민주노동당은 분당됐으며, 진보정치는 크게 후퇴했다.

통합진보당이 내부 계파간 다툼 끝에 또다시 좌절할지 아니면 진통을 딛고 대중정당으로 성장할 토대를 마련할지 기로에 선 셈이다. 그 여부는 전적으로 통합진보당 내부 역량에 달렸다.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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