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5.11 20:21
수정 : 2012.10.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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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서민주거 안정운동을 펼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5·10 부동산 대책’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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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5·10대책
내집 마련커녕 전월세 인상 우려
정부가 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5·10 부동산 대책이다. 서울 강남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주로 수요 진작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이를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라고 밝혔다. 5·10 대책이 과연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에 도움이 될까?
이번 대책으로 참여정부에서 마련한 투기억제 장치는 대부분 폐기된다. 특히 강남3구를 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해제한 것은 ‘마지막 빗장’을 푼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강남3구의 주택을 살 목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적용이 40%에서 50%로 완화된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가산세율 적용이 폐지되고, 임대용 소형주택 취득세가 면제되거나 줄어든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와 관련해 “시장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를 해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남3구는 주택시장에서 민감하고 상징적인 곳이다. 전국 1400여채의 주택 가운데 3%가량을 차지할 뿐이지만 늘 부동산 경기를 선도해왔다. 여기에서 규제가 풀려 실종된 매수세가 살아난다면,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경기는 반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장 흐름이 서민·중산층한테 주거안정은커녕 오히려 주거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정부가 강남3구의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매수세력은 중산층으로 보기 어렵다. 서민은 더욱 아니다. 강남3구의 평균 주택가격은 도시가구 중위소득의 11배에 이른다. 도시에 사는 중산층 가구에서 11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강남3구에 있는 집 한채를 겨우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부자들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강남의 주택시장이 뜰 수 없다. 부자들이 재테크 차원에서 적극 뛰어드는 시장, 이게 바로 국토부 장관이 염두에 둔 정상적 시장이다. 이를 위해 부자들이 집을 여러 채 사는 데 걸림돌이 될 만한 규제를 푼 것 아닌가?
저금리 상태에서 다주택 보유자가 증가하면 집 없는 서민·중산층한테는 이중의 고통을 안긴다. 우선 내집 마련의 꿈이 점차 멀어지게 된다. 한편으로는 집주인의 전월세 인상 압박이 심해진다. 실제로 지난 2년여 동안 전개된 양상이다. 가계의 주거비 부담 증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처분소득,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와 상환능력의 저하 등이 모두 인과관계가 맞물려 있는 현상이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야 서민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일면 타당한 것 같지만 시대착오적이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9%에 이른다. 2008년과 2009년에는 18%를 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한창 무르익은 시기인 1980년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과 토목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언젠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토지와 같은 한정된 자원을 마구 개발하면 미래 세대의 성장 기회를 갉아먹게 된다. 토건을 기반으로 한 성장은, 이를테면 ‘가불 성장’인 셈이다.
건설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옛날 얘기다. 1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요한 사람 수를 뜻하는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건설업의 경우 1995년 27.3명에서 2009년에는 12.4명으로 뚝 떨어졌다. 아직도 전산업 평균(8.8명)보다 약간 높기는 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나 콘텐츠산업에 견주면 훨씬 낮다.
부동산과 건설 경기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애착은 유별나다. 출범 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책을 28건이나 발표했다. 대략 두달에 한번꼴인데, 방향은 한결같이 부동산 경기 띄우기에 초점을 맞췄다. 아무래도 컴컴한 마음을 품고 있는 듯하다.
박순빈 경제부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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